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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안개
회촌 골짜기 넘치게 안개가 들어차서
하늘도 산도 나무, 계곡도 보이지 않는다
죽어서 삼도천 가는 길이 이러할까
거위 우는 소리
안개를 뚫고 간간이 들려온다
살아 있는 기척이 반갑고 정답다
봄을 기다리는
회촌 골짜기의 생명 그 안쓰러운 생명들
몸 굽히고 숨소리 가다듬고 있을까
땅속에서도
뿌리와 뿌리 서로 더듬으며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있을까
봄은 멀지 않았다
아니 봄은 이미 당도하여
안개 저켠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오해는 도시 무엇을 기약할 것인가
글쎄 아마도...
쟁기 챙기는 농부 희망에
동참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지 않을는지
감상
봄이 오길 기다리는 회촌의 안갯길, 삼도천을 말하는 것이 아직을 겨울과 봄의 경계쯤일까. 겨울은 4계절 중에 굳이 말하자면 죽음에 해당하고, 봄은 생명, 부활의 느낌을 준다. 조금은 거창하긴 하지만, 넓은 범위로 결을 맞추고자 비유를 했다. 그렇게 봄을 기다리는 자세를 쟁기 챙기는 농부 희망에 동참하는 것으로 저자는 시를 마무리한다. 봄의 생동감은 결국 농부가 희망을 갖고 다시 한 해를 시작하는, 생명의 시작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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