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2023년작, 빔 벤더스 감독, 야쿠쇼 코지 주연
그야말로, 일본 특유의 여백이 가득한 연출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다. 처음에는 어떤 결말을 낼지 끝까지 본다라느 심술궂은 마음으로 봤다. 액션이나 스릴러면 1.5배속으로 보는 내가, 지루하게 느끼는 일본식 연출을 자연빵으로 감상했다. 처음에 가졌던 마음, 그리고 마지막 장면까지 나 자신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영화다.
칭찬만 하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본 특유의 여백이 느껴지는 연출을 견뎌야 한다. 나중에는 그 여백의 시간 동안 나 자신에게 대화를 걸고 있다. 별건 아니지만 영화 중간에 주인공이 공중목욕탕에서 씻는 장면이 나왔는데, 나도 씻고 싶어지기 까지 했다. 여백의 연출에 적응할 즈음에 주인공의 서사에도 조금씩 변주가 나타난다.
여동생의 딸, 조카가 가출해서 방문하는 장면이 아무래도 그의 일상을 많이 흔들어 놓은 듯 하다. 그뒤에 단골 술집의 사장, 그녀의 전남편과의 만남 또한 꽤나 인상적은 연출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주인공의 사연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생략되진 않는다. 클라이막스는 마지막 주인공 배우의 연기에서 절정에 오른다.
거의 분단위에 가까울 정도로 주연 배우의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마치 삶의 기쁨과 슬픔이, 애잔함이 서려있기도 하고 환희에 찬 그 표정을 주연배우가 해낸다. 마치 악마를 보았다의 결말에서 등장하는 이병헌 배우의 표정연기가 오버랩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둘의 결은 다르지만 말이다. 상당히 지루할 수 있는 주연배우의 클로즈업 연기는, 멋졌다. 꽤나 긴 테이크에서 혼자 연기하는 모습, 그 표정을 오롯이 연출해낸 다는게 쉽지 않아보인다.
굳이 신경쓰인점을 꼽자면, 일본인 특유의 성실성을 지나치게 보여주는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마치 공공 청소부와 같이 사회적으로 낮게 보는 직업군에서도 성실함을 잃지 않는다, 라는 서사를 그려낸 느낌이 들었다. 내가 너무 오버한 점도 있을 수 있다. 주인공이 어떤 직업이건, 상황이건, 관계던지 간데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면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잔잔하게 여운을 주는 영화, 일본영화의 연출을 좋안하다면 볼만하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요즘같이 도파민 터트리는 영상만 보다가 좀 디톡스된 기분이다. 나의 하루는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