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Holo.. 세상에 바쁜척은 다하는 독거남(38세, 무직)
오늘 아침부터 이 글을 쓰는 오후 4시를 갓 넘은 시간, 세상 바쁜 척은 다하다 맥주 한캔과 차가운 닭가슴살 큐브를 먹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아침은 자전거로 수영장을 가는 루틴이 정착되었다. 사실 퇴사를 하면 이래저래 게을러질까봐 걱정이 많았다. 올초에는 에너지레벨이 높았는지, 지금 저하된 체력이 오히려 기본값이라 여겨진다. 운동이라기 보다, 놀이에 가까운 아침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에도 본집에 들렀다보니, 셀프이사놀이도 했다. 이게 가져가라고 하지 않아도, 자취에 필요한 물건을 필사적으로 가지고 오게 되더라. 그랬더니 본집에 들를 때마다 한보따리 챙기고 나온다.
운동놀이를 마치면 이제 오전 일정은 교육봉사가 기다린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고졸 검정고시를 대비한 일종의 교육봉사인데, 오늘은 대략적인 공부 계획을 짰다. 워낙 모범적인 학생 한명을 과외하는 부분이라 내가 오히려 검정고시를 교육하는 훈련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모범적인 학생을 만나는 것도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봉사가 끝나고 일용할 양식까지 제공받는 힐링을 했다. 그렇게 오전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화요일마다 병원진료를 받는 날인데, 임상 시험에 지원한 것도 있어서 일정 조율하는데 시간이 소요되었다. 피곤했다. 피곤하지만 그렇다고 짜증까지 날 정도는 아니지만, 아마 약물치료 받기 전에 나였다면 화를 내기도 했을 거다. 원래 내가 받는 약물은 양극성장애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지만, 화를 조절하는 부분 즉 다혈질적 성격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일상에서 도움이 된 점은 사실 화를 조절하는 능력이 생긴게 더 크다. 지금 리튬과 자이프렉사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아빌리파이, 아리피프라졸 성분으로 리튬을 보조할 예정이다. 임상 시험을 통해 부작용이 적은 아리피프라졸이 부디 내 몸에 맞길.
그렇게 자기만의 방에 왔다. 오기전에 본집에서 또 한번 한 보따리 챙기고 나왔다. 전자레인지는 통풍구가 확보되는 곳에 놓아야 할 듯하다. 뭔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나더라. 벌써 자취방이 지저분해 보인다. 일단 집에 와서 세탁기를 돌려봤다. 아침에는 싱크대와 주변을 닦았지만, 여전히 더럽다. 내가 더러운데 뭐, 조금씩 깨끗하게 살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