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했다. 내가 아무래도 사람들 사이에서 말하기를 좋아하기 떄문이다. 이제는 가만히 듣고 있는 즐거움도 익혔다. 그러나 사람이 없다. 사람을 알아가기엔, 내가 너무 아재가 되어버렸다. 가식적인 성향을 짙어지고, 사람에 대해서 편견이나 선입관이 생겨 거리를 두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외로움이나, 애정결핍의 정서로 인해 사람을 갈구하는 오류를 범한다. 인간관계란 참 어렵다.
적당한 거리감의 인간관계는 사실 어렵지 않다. 적당한 선에서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선이 보인다. 내가 넘지않으면, 상대도 잘 넘지 않는다. 만약 상대방이 불편함을 주는 느낌이 들면, 그 자리에는 웃어넘기면 된다. 그리곤 더 이상 관계를 진척시키지 않는다. 뭐 어쩔수 없이 만나야 하는 관계여도 거리감을 유지하면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문제는 친밀감이 높아진 상대다.
친밀해진 대상에게는 내가 선을 넘는다. 나도 모르게, 아니면 의도적으로 넘기 시작한다. 상대방에 정해놓은 거리를 좁히려는 행동이라 나는 생각했다. 그러다가 서로 친해지는 경우도 있고, 밀어내면 거기서 친분은 적당한 선에서 거리를 두는 관계로 남는다. 정말 인간관계는 지도없이 들어가는 미로와 같은 느낌이 든다. 알다가도 모르겠고, 출구다 싶으면 막다른 길이다. 역시 문제는 나에게 있다. 이제 이런 복잡한 인간관계를 굳이 시도할 마음이 없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상의 루틴이 전부 혼자하는 활동이다. 수영, 글쓰기, 독서, 유튜브에 혼잣말 씨부리기 등 그나마 체육관에서 복싱을 할 때, 같이 온 회원 혹은 코치와의 대화가 인간적인 교류가 있다. 허나 복싱도 근본적으로는 혼자 운동을 해야 한다. 헬스장 밖에는 무게를 가볍게 하면 다 놀이기구다. 결국 이렇게 일상의 루틴 중 좋아하는 활동이 대체로 혼자하는 것들이다.
위의 활동들은 하고나면 분명하게 자기효용감이 크다. 인간관계는 정말 뭉치기 힘든 모래알, 잡을 수 없는 연기같은 느낌이 든다. 뭔가 실속이 없다고 해야할까. 인간관계를 계산적으로 생각하고 싶진 않다. 그래고 삶에 어떤 기쁨으로 자리하길 바라는데 말이다. 물론 작년에는 친해졌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있다. 그럼에도 이 관계라는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부쩍 내 머리에 자리잡혀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회적 동물인데, 혼자 살순 없다. 맨발로 다닐 수 없듯, 우리는 관계라는 신발을 신고 세상을 나아가야 한다. 헌데, 우리 발에 맞는 신발이 필요하다. 나에게만 맞출 수 없다. 서로가 맞아야하고, 또 같은 무리간의 정서가 어느정도는 고려가 되야하는데, 참 그게 쉽지 않다. 사람일이라는게, 내 일도 변수가 많다. 하물며 두세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는데 의견이 분분하고, 떄론 갈등이 벌어질 수 밖에.
혼자 살아가게 되면, 결국 도움이 필요할 떄,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는다. 나의 삶은 점점 홀로 가려는 듯 보인다. 나도 모르게 혼자가 점점 편해지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사람이 싫다기 보다, 혼자 오롯히 해내는 내 모습이 보기좋다. 그래서 더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니, 인간 관계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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