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옹달샘이 운영하던 팟캐스트 옹꾸라에서 유세윤이 한 말이 있다. 자신이 개새끼라고 생각하면 결혼하지 말라. 나는 그말을 요즘 점점더 깊게 인지하고 산다. 결혼하면 안되는 남자는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나는 개새끼다. 왜냐면 개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다소 감정적인 상태에서 쓰는 글이라 불편한 표현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나의 아버지는 개차반이다.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는 동정할 수 있지만, 아버지로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인간이다. 수컷이란 본디 성공을 꿈꾸고 알파가 되길 원한다. 다만 성숙한 남성이라면 자신의 능력과 상황을 판단하여, 내가 알파가 되지 못하는 베타임을 인지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러면 적당히 세상과 타협해서 자신의 능력에 맞는 밥벌이, 그리고 가정이 있다면 그에 맞는 부양능력을 갖추고자 노력한다. 이게 결혼을 할 자격이 되는 남자다.
아버지는 평생을 한탕주의에 살았다. 이번 한번 터지면 성공한다는 마인드로 평생을 살았다. 지금을 연을 끊고 있지만, 지금도 적당히 사장소리를 들으려고 사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은 남자로 사는 듯 하다. 그래서 남자로서는 동정하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버지란 입장으로 살아본 적은 없는 인간이다. 가끔 술에 취해 아들을 찾거나, 아내에게 남성적 우위를 뿜어내는 삼류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의 피가 내 몸에도 흐른다.
나는 내 인생의 전부를, 아버지와는 다른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투쟁한 듯 하다. 한탕주의는 절대 꿈꾸지 않았고, 적은 돈을 벌더라도 밥벌이는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성공은 커녕 하남자로 살더라도 부양능력을 갖춘 베타가 되길 꿈꿨다.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싶은 무언가를 찾으며 정체성을 꾸려왔다. 지금의 글쓰기나, 유튜에서 내 목소리 등이 예시겠다. 돈을 떠나서 내 자유를 누리는 삶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버지의 피를 부정할 수록 내 자신에게서 아버지가 보인다. 거울 속의 내 모습에서.
아버지처럼 어머니에게 큰소리 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태도가 나에게도 보인다. 술먹고 행패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에 대한 태도가 날이갈 수록 악화되고 있다. 어머니와 나의 관계가 점점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진다. 내가 십수년의 기간동안 아버지처럼 행동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대화로 설득하기도 하고, 눈물로 읍소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정말 폭언을 쏟아내기도 하고, 정말 직설적으로 어머니의 성격을 지적하기 했다. 안통한다. 다음날이 되면 잊는다.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가 갈라선 것처럼, 나도 내 감정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나도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태도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그 모습은 달랐지만, 결국 가정을 이뤄서는 안되는 두 남자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한다. 둘다 가족을 꾸릴 재능은 없는 인간들이다. 유전자라는게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나 그리고 아버지 그 위의 친할아버지 모두 제대로된 가장이라 보기 어렵다. 시절이 그러다보니 그 둘은 결혼하고, 그럼에도 아껴주던 자식이 있지만 나는 다른다. 가족을 꾸릴 능력이 안되는 개새끼는 결혼을 하면 안된다는게 내 결론이다.
친한 친구에게 내 상황을 털어놓았다. 친구는 어머니라서 그런것이라 두둔했지만, 나는 어머니가 아닌 나에게 가까운 사람에 대한 태도가 보여서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배우자에게 어머니의 관계처럼 행동하면, 나는 살아갈 이유가 없을 것만 같다. 정말 그게 현실이 되면 나는 진짜 개새끼다. 개한테 미안한 표현일 정도로, 결혼해서는 안될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