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teamblind.com/kr/post/나랑-결혼-미루는-이유가-대통령-때문이라는-남자친구-이해가-tsXbjEGe
결혼 전제 남자친구는 같은 교사이고
항상 세심하고, 배려심 있고, 말도 이쁘게 해
평소에도 서로 책 읽고 토론하고 예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남자친구가 조금 더 섬세한 편이야. 둘다 평소에 정치 얘기 종종 해.
그런데 최근 남자친구가 우울감을 넘어서 우울증을 앓아.. 근데 이유가 대통령 때문이야.....
남자친구 왈,
현재 우리나라 미래가 너무 불안하고 슬프고 미래가 걱정이 된다.
대통령이 정치, 교육, 사회, 의료, 산업 전반을 다 구석구석 말아 먹고 있는데 언론까지 통제한다.
나랑 결혼은 하고 싶지만 애기는 낳으면 안될 거 같고 이 나라는 답이 없다고 만약 내가 아이를 원하면 놓아주어야 할 거 같다.
나는 아이를 무조건 원하는 입장인걸 알아서 결국 결혼을 조금 미루자는 얘기까지 나왔어.
남자친구 우울증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야. 정신과도 다니고 있고 최근에는 강박 증상까지 생겼어.
남자친구 자체는 너무 좋은 사람이고 내 주변에도 현재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기도 한데 그렇다고 결혼까지 미루는 걸 고민하는게 맞는거야..?
남친 말로는 자기 부모님 생각도 그렇대
(두 분 다 교수이셔)
평소 남자친구는 감수성도 풍부하지만 이성적인 면도 확실한 사람이라서 (수학 교사)
그냥 감정에 휩쓸렸다고 보기도 어렵고 진심으로 저렇게 느끼는 거 같고 판단한 거 같은데..
나는 결혼 미룰 생각도 없고 아이도 낳고 싶어.
어떡해야 될까
많이 당황스럽고 나도 적지 않은 나이라 ㅠㅠ마냥 기다리기도 힘든게 사실이야
교사 남친이 정치적 상황때문에 심각한 우울증과 결혼을 미루자는 부분때문에 고민하는 여성의 사연이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남성이 정말 정치에 과몰입이 심각한 수준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사연에 달린 댓글도 남성을 비난하고, 여성또한 비판받고 있다. 이 사연이 폭파되지 않은게 신기하다. 좋은 댓글이 달리지 않아보인다.
한편으론 남성이 굉장히 순수해 보이기도 하다. 보통 정치적 상황에 과몰입은 대학시절에 마무리되는 편이다. 나도 대통령 선거 때 심각하게과몰입해서, 주변에 의견이 갈리는 친구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우울증에 걸리기보다 오히려 흥분상태였던 기억이 난다. 정치는 일종의 전쟁이다.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평화적인 상황에서 양 극단이 서로 이기기 위해 전투를 치루는 게임이 정치다. 그래서 어쩌면 정치는 과몰입을 유발하는 스포츠와 유사하다.
사연 속의 남성은 순수하다 보니 정치적 상황에 대해 무기력함과 우울감을 강하게 느끼는 듯 하다. 순수가 좋은 의미는 아니다. 나이브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좋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사실 자신의 실제적 상황과 현실정치를 분리하지 못하는 것은 대단히 유아적인 사고가 아닐까. 정치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현실을 바꿀 수 없고, 투표를 통해 우리의 가치를 전달할 뿐이다. 그렇게 좀더 나아지길 바라고, 좀더 나은 인물이 정치를 하길 기대하는게 전부다.
남성이 약간 실제 현실과 정치 상황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심리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도 병행하는 것도 당연하다. 일단 남성의 가치체계를 교정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자신이 과몰입된 상황때문에 지금 사연자와 관계자체가 위태로워 보인다. 교사라는 직업, 책을 좋아해 서로 정치적 이야기도 가감없이 나누는 점, 그리고 교수 집안인 것이 아마 사연자의 맘에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병적인 수준으로 과몰입하는 그의 상태를 교정할 수 없어 보이면, 포기하는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