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떠나면서 휴학 신청을 했다. 6학기, 3년이 지나면 제적이 된다는 조항을 읽고 내린 결정이었다. 떠나면서 나는 이제 진흙탕으로 간다고 어렴 풋이 느꼈다.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도 다 나오는 세상이다. 구글에 '호주 워홀의 현실', '호주이민의 실상' 등을 보면서 대충은 알았다. 그리고 친구가 먼저 퍼스에 가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경험담도 한몫했다. 그래서 딱히 기대에 부풀어 가진 않았다. 그저 사람들 눈을 피해 이방인으로 살아갈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나는 이제 어디서 살더라도, 이방인으로 살게 되겠구나. 제주에 가도, 서울에 가도, 퍼스, 밴쿠버.. 어디서든 말이다. 결혼하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기까지만 하고 일단 이야기를 진행한다. 초기 퍼스 정착은 친구의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