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욕심을 어디까지 버릴 수 있을까

p5kk1492 2024. 7. 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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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풀소유로 조롱당한 사건으로 유명한 혜민이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스님을 언급했던 사건이 있었다. 무소유로 얻은 소득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었다는 식의 비판을 했다. 허나 법정스님은 무소유로 얻은 인세를 대부분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형태로 징했다. 게다가 법정스님은 노후에 지병으로 고생할때, 정작 가진 돈이 없는 상황을 겪을 정도로 실제로 무소유를 실천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은 소유욕을 멈추지 못해 추락했다. 종교인에게도 욕심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을, 오히려 종교적 지위로 욕심을 채우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욕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지위를 통해 보상을 받는 세상에 대해 욕망을 줄이는 것은 시대적 역행이다. 그럼에도 나는 소유하지 않으려는 삶을 추구한다. 최근에 20만원 짜리 스마트 티비와 50만원짜리 아이패드를 산 주제에 할말은 아니긴 하다. 이 두가지를 구매하는데 6개월동안 고민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소유하지 않으려는 삶을 추구하는 이유는 언제든 내가 가진것을 다 잃을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소유를, 욕심을 최소화 하려는 것은 내 역량이 낮음을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욕심의 크기가 큰데, 자기 재능이나 능력이 없다면 괴롭고 불행한 삶이다. 욕심 만큼 능력이 커도 욕망을 채우기 어려운것이라, 나는 내 주제를 알기에 최소한의 욕심만 부리고 살자고 항상 다짐했다. 그래서 항상 빈곤한 마음과 여유없는 삶으로 살아왔다. 가난한 대학생, 좀스러운 워홀러, 최소한의 용돈만 남기고 집안에 돈을 주는 캥거루로 살아왔다.

 

어느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때였는데, 그날 통장에 들어온 60만원 중에서 딱 15만원만 쓰기로 생각하고 나머지는 다른계좌로 옮길 때였다. 나는 앞으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평생을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17년이 지난 지금에 대한 예언같다. 그래서 최근에 6개월간 고민만 하고 막상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물건들을 샀고, 기부도 그 금액만큼 했다. 나에게 돈은 결국 연기같다는 기분, 구질구질한 인생에서 여윳돈은 결국 남의 돼지저금통이다. 그래서 내가 옳다는 곳에 썼고, 나름 전리품으로 원하는 물건도 구매했다.

 

이런 상상을, 아니 가정을 했다. 내가 지금은 캥거루족으로, 어머니집에서 살기 때문에 욕심없이 살아도 최소한 안전장치를 가진채 지낸다. 내가 욕심을 덜 부려도 마음편히 사는 부분은 캥거루인 것도 크다. 만약에 내가 집도 없고, 일자리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다 가족도 없는 상황까지 된다면 욕심을 줄인 삶에 대해 지금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처럼 먹을 생각이 없어서 하루 1끼를 먹는게, 무료급식소를 전전해서 한끼를 겨우 해결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자의로 욕심을 줄이는 것과, 욕망할 수 없는 삶의 그 간극을 겪었을 때 나는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욕심을 줄이는 삶을 살기로 했을 때, 스스로 증명해야 할 상황도 각오했어야 한다. 내 능력이 안되서 정신승리법으로 선택한 방법이라고 해도, 내 삶으로 증명을 해내야 하기에 두려운 마음이 크다. 나를 버릴 수 있을때, 진짜 자유를 얻는다. 자유에는 공짜가 없기에, 내 인생의 가치를 담보로 자유를 얻어내야만 한다. 무료급식소를 전전하고 골방에서 글과 말의 흔적을 남길 미래를 감히 예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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