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베르트, 기 드 모파상

p5kk1492 2024. 7. 21.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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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기 드 모파상의 소설 속 여인들은 각양각생으로 불행하다. 가련하고 비참하고 좀 씁쓸한 여운을 주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베르트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주인공과 한 의사가 같여있는 미친여인, 아니 백치의 여인이 왜 미쳐서 갇혀있는지에 대해 사연을 들려주며 서사가 진행된다.

 

베르트는 태어날 때 부터 백치였다. 벙어리에다 사람들을 분간하지 못했다. 마치 짐승처럼 행동하는 그녀를 조금이나마 교정하기 위해 의사와 부모는 노력한다. 그녀가 관심을 갖는 음식을 구분하는 법, 식사시간을 알리는 방법으로 시간에 대해 학습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시계를 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부모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녀를 몰락한 가문 출신의 망나니와 결혼을 계획한다.

 

결혼을 하면 사람에 대해 분간하는 법을 학습할지 모른다는 마음이 컸다. 실제로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 대한 사랑, 일종의 욕망을 통해 그를 구분했다. 그가 들어오면 반응하고, 그가 늦으면 시간을 보며 기다리곤 했다. 짐승같은 그녀에 대한 호기심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그 망나니는 결국 짐승처럼 욕정이 식었다. 결국 밖으로 다니면서 망나니답게 도박을 즐기고 여자를 끼고 살았다. 그렇게 그녀는 하염없이 그를 기다리다 미쳐가기 시작했다. 점점 그 정도가 심해져 결국은 병원에 갇힌 신세가 되고만다.

 

사연을 들은 주인공이나 이야기를 꺼낸 의사나 착잡한 심정으로 그녀를 생각한다. 주인공은 그 망나니의 근황을 물었다. 의사는 덤덤하게 그녀의 부모들이 주는 돈으로 행복하고 방탕한 생활을 한다며, 지나가는 마차 속 그의 모습을 묘사하는 결말로 끝이 난다.

 

짐승같은 그녀를 진짜 광인으로 만든 이야기, 베르트의 인물 설정 자체가 참 씁쓸하다. 하필이면 짐승만도 못한 망나니를 짝으로 붙였다니, 부모의 욕심이 베르트를 더 불행하게 만들어버렸다. 사실 멀쩡한 사람도 인연때문에 망가질 수 있는데, 백치에다가 일반적이지 않은 상태인 베르트에게 너무 과한 욕심을 부렸다. 소설이니까 그렇게 크게 몰입되지는 않았다. 설정이 좀 과한느낌이기도 하고, 다만 참 어디까지 여인들을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만들런지,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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