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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모순
물은 어떠한 불도 다 꺼
버리고
불은 어떠한 물도 다 말
려 버린다
절대적 이 상극의 틈새에
서
절대적인 이 상극으로 말
미암아
생명들이 살아 숨 귀고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절묘한 질서인
가
초나라 무기상이 말하기
를
나의 창은 어떠한 방패도
뚫는다
다시 말하기를
나의 방패는 어떠한 창도
막는다
한 사람이 묻기를
당신의 창이 당신의 방패
를 찌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무기상의 대답은 없었다
고 했다
세상에는 결론이 없다
우주 그 어디에서도 결론
은 없다
결론은 삼라만상의 끝을
의미하고
만물은 상극의 긴장 속에
서 존재한다
어리석은 지식인들이
곧잘 논쟁에 끌고 나오는
모순
방어와 공격을 겸한 용어
이지만
그 자신이 모순적 존재인
것을
알지 못한다
감상
모순, 절대적 상극 혹은 자신이 상극의 논리를 두고 말하는 것조차 망각한 상태임을 조롱하는 경우에도 쓰인다. 글쓴이는 절대적 상극으로 구성된 삼라만상에서 우리 또한 모순된 존재로 살아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허나 우리는 지식인들이 자신이 뛰어난 논쟁을 구사한다고 생각하면서 모순된 존재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곤한다. 우리 자신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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