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조난당한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통조림을 나눠야할 상황에 한 사내가 말한다. 노인은 통조림을 나눠먹는 데에 배제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이니, 마치 치명적 부상을 입은 군인은 치료하지 않는 것처럼 치료제를 아껴 다른 전쟁 수행 가능한 군인을 살리듯 그를 버려야 한다고 말이다.
이에 노인은 기지를 발휘해 자신이 사회에서는 소주 회사의 회장이라 말한다. 그는 구조가 된다는 전제하의 이 무인도에서 생존하고 있으니, 사회로 나갈 경우 보상을 약속한다. 통조림으로 시작한 그의 보상 약속은 무인도에서 하나의 보상시스템, 경제활동이 시작된다. 모두가 사회로 나갈 경우 보상을 받게될 수 있다는 약속이 생존의 의지와 동력이 된다.
다들 예상 했겠지만, 무인도의 부자노인은 구조가 되면서 자신의 말이 거짓임을 고백한다. 하지만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 이에 대해 딱히 비난하지 않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무인도에서 열심히 보상에 대한 노트를 작성했었다. 그런데,
사실 교훈은 별거 없다. 노인의 거짓말도 읽다보면 예상이 되고, 사람들이 수긍한 점도 어느정도 간파한다. 허나 단편의 매력은 결말을 써나가는 작가의 필력에 있지 않나 싶다. 나는 이 짧은 서사에서 펼친 저자의 매력적인 마무리가 좋았다.
짐승이 될뻔한 사람들을 노인의 거짓 임기응변으로 모두 살려냈다. 목숨만 살린게 아니라 인간성을 가진 사회적 동물로 살게끔 말이다. 사실 조난을 당했을 때, 생존을 위한 살인은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판례가 있었다. 망망대해의 배에서 조난당한 영국의 선원들이 뽑기를 통해 부상당한 인물을 살해하고 식인행위를 한 사례가 있다. 그들이 돌아가 재판을 받았을 때, 살인과 식인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평시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진 않았다.
허나 그들이 사회적 동물로 살아갈 있었을까. 조난당한 상황에서 죽어가는 이의 숨을 끊고, 먹었던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자신들의 행위가 법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았기에 당당하게 살고 뱃일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동물이지만 짐승들도 안하는 짓을 하는 인간이 아님을 되내이기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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