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보는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드라마 하나가 의심이라는 주제의식으로 서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묘한 매력의 작품이었다. 원래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미드나 일드만 보다 갑작스레 K로코 드라마에 빠진적 있다. 드라마에 대한 열의가 다 식어갈 즈음, 한석규 주연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넷플에도 올라오게 되서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월척을 낚은 기분이 들 만큼 좋은 느낌을 받아서 후기를 쓴다.
서사를 다풀어낼 필요까진 없고, 결국 우리가 의심으로 인해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현실, 그로 인해 전개되는 비틀어진 이야기를 논하고 있다. 장태수(한석규 배우)는 어린시절 하빈(채원빈 배우)이 하준이 죽던 사건에 함께 있던 것으로 인해 의심을 하고, 풀어내지 못한 체 살아간다. 아내 지수(오연수 배우) 또한 그 의심을 떨쳐내지 못해 죽음에 이르렀고, 모든 것이 하나의 의심에서 출발에 사건의 흐름 속에서 계속 안타까운 결과를 자아낸다.
하빈이란 인물은 의심이란 주제의식 중심에서 괴로움을 숨긴 채, 마음의 문이 닫혀있는 캐릭터다. 마음을 열면 상대는 멀어지고 사라지고 심지어 죽음에 이른다. 정상인 사람도 이정도면 스스로가 괴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텐데, 잘 버틴게 용할 정도다. 아버지 태수도 의심, 그리고 딸에게 하준이를 죽였는지 묻지 못한체 살아가는 것을 괴로워하긴 마찬가지다. 의심으로 인해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모습, 드라마는 그 서사가 스릴러, 미스터리지만 우리네 현실에서도 평범함 속에 의심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흘러가긴 마찬가지다.
드라마의 메인 사건이 잘 마무리되는 결말에서, 비로소 의심으로부터 일정 부분 해방된다. 의심은 진실된 질문과 이에 대한 솔직한 대답으로 관계맺음을 다시 시작하는 데에서 해소되었다. 진실의 반댓말은 거짓말이 아닌 믿음이다. 라는 니체의 말을 기획의도에 작성한 연출자의 의도처럼, 역설적으로 결국은 의심을 해소하는 것도 믿음을 쌓는데에 있었다. 태수가 하빈에게 시계를 선물하는 것으로 나는 그 답변을 들은 느낌이다.
시계의 초점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결말이 나는데, 하준의 죽음에서 부터 지수, 수현 등 하빈 주변인물의 죽음으로 인해 멈춰있던 그녀와 태수의 시간이 다시 움직인다. 의심이 피어난 시점부터 정지되었던 시간의 흐름이 다시 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면서 마무리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나는 보통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인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고 어거지로 끼워맞춰본다. 서울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후 나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서 항상 의심했다. 나란 인간이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서울에서 호주로, 캐나다로 도망치면서 회복한 삶이 다시금 정신적으로 피폐함으로 무너졌을때 의심에 대한 믿음이 생겼던게 아닐까 싶기도 한다. 나란 인간은 안될 인간이란 의심을 확신했던 삶,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하빈이와 태수처럼 정지했었다.
아직 의심을 거두기엔, 내 자신이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엔 의심이 더 크다.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가 다시 우울감에 쌓이면 믿음음 모래성 무너지듯 쉽사리 흩어지고, 의심은 굳건하다. 의심이란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보기 힘들게 만든다. 내가 일을 다니면서 집에다 돈을 갖다 주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유튜브로 내 목소리를 남기건 간에 의심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날 보람있게 만들어도, 내 삶에 전반에 겪는 무너짐이 아직은 시계촛침이 움직일듯 말듯 하게 만든다. 어렵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바로 나 자신이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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