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은 아닌데 대관이다. 왜냐하면 4DX 관을 토요일 8시 40분에 티켓팅 했더니 나 혼자 뿐이었다. 2만원 내고 혼자 봤으니, 대관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글래디에이터2의 경우, 매불쇼에서 평론가들이 워낙에 호평에다 극장에서 봐야한다 추천하더라. 보긴 봤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나중에 오티티로 공개되어도 볼법했을 정도였던 느낌이다.
물론 극장에서 즐기면 좋을 영상미가 있다. 로마를 극적으로 재현한 모습도 화려했고, 검투장에서 전투장면도 멋있었다. 다만 나 같은 경우 극장에서 본 화려환 경관을 11인치 맥북에어에서도 충분히 만족했을 것 같다. 서사 자체는 1편에서 막시부스를 따라가면 되는 이야기와 2편은 여러 인물들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부분을 비교해야 하는데 난 괜찮았다. 소설이었다면 이런 다각도의 에피소드가 끌고가는 이야기는 어지럽고 복잡해서 힘들지만, 영화의 서사로 치면 글래디2 정도는 소화할 만하다.
덴젤워싱턴의 연기가 워낙 호평이라 걱정했는데, 주인공 폴 매스칼도 멋지게 잘 나왔다. 약간 어색한 부분은 자신을 알아보고 찾아온 어머니 루실라를 무정하게 내쳤다가 영화 시간상 얼마 안된 사이에 바로 화해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아카시우스의 죽음으로 각성한 루시우스이긴 하지만, 너무 극적으로 화합이 되어서 좀 몰입이 안되긴 했다. 영화라서 어쩔 수 없는 시간상의 전개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보면 덴젤워싱턴의 마크리누스는 짧은 시간안에 자신의 야욕을 드러내는데에 있어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단지 상인같은 마인드를 가진 계산적 인물에서 정치적인 모습과 황제라는 지위를 얻으려는 욕망에 이르는 과정, 그 모든 전개가 속도감있게 전개되어도 덴젤워싱턴의 연기에는 전혀 몰입을 깨는 요소가 없었다. 이게 진짜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도 내가 마치 로마 한 가운데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는데 큰 역할을 해줬다. 그러면서도 로마의 꿈에 대해 말할 때는 마치 미국의 민주주의 이상적 모습을 웅변하는 듯한 기시감을 주기도 했다. 미국영화에서 역사물이나 시대물을 논할 때, 마치 과거 미국의 독립영웅들의 서사시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은 그냥 내가 정치병 환자라서 일까. 로마의 꿈을 논할 때, 대한민국도 영광의 시절을 공유할 만한 시절이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에겐 각자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가기에 공유할만한 영광의 시절도 다르다. 누군가에겐 영광이 누군가에겐 치욕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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