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MZ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가, 적어도 한국에선 감동을 줬다.

p5kk1492 2024. 12. 1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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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학생 시절에 좌파적 사상을 세례받으면서, 지적인 허영을 채우는 과정은 동조했지만 과격시위를 일부로 주도하려던 소위 NL계얼의 선배들의 태도가 싫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글이나 말로 흔적을 남기기 싫지만, 요즘의 MZ 시위에 대해 꼰대 운동권만 감동받는 것이 아니라, 아마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평화시위를 주목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글을 써본다.

 

MZ세대의 집회 참여 이전에 우리가 촛불집회라는 시위문화가 태동했었다.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등장한 광화문 촛불시위는 평화적인 시위의 시작을 알렸다.물론 시위가 점차 온건해지는 것은 이미 정착되었다고 운동권 세대들은 잘 알고 있다. 과격시위로 인해 대중의 지지을 얻지 못해서 낸 고육책이 되려 외연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촛불시위가 정착하면서 NL식의 과격시위나 집회는 일부 지방의 노동운동에만 발휘되었다.

 

아마 촛불이 상직적으로 집회가 정치적 변화를 끌어낸 것은 아무래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대규모 촛불집회였다. 혹자들을 촛불혁명이라고 높힐만큼, 아무래도 대중적인 의사가 물리적으로 표출되었기 때문에, 당시 정부와 여당측은 민의에 대해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대중민주주의에서 적극적 행동이 투표만이 아님을 잘 보여줬다.

 

12.3 내란 이후 집회에서 보여준 MZ는 사실 나뿐만 아니라 광주를 겪은 어른 세대에도 충격을 주었다. 충격이 신선하고, 감동적이고 반성적인 내용이었다. 꼰대라고 스스로 지칭하면서 반성하는, 사실 최일선에서 열심히 행동하는 어른들에게도 자성할 정도였다.물론 이런 모습을 보고 집회가 무슨 콘서트냐라고 반문하는 진짜 꼰대 어르신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MZ 세대는 말한다.

 

우리는 가장 소중할 때 꺼내는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 했습니다.

 

아이돌 팬덤 문화를 모르지만, 응원봉의 퀄리티를 보면 가격도 가격이고, 상징성이 크다. 그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쏟고, 그것 중 하나가 응원봉이다. 실제 응원봉 디자인을 정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적인 세대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체성을 발휘하는 분야가 다를 뿐이었고, 이번 집회를 선도하는 아니 한단계 격을 올려준 것도 그들이다.

 

삼포세대의 일원인 우리는 운동권을 멀리하고 개인주의적인 태도로 보인 세대, 그리고 이명박근혜 세대를 넘어 오늘의 세대에 오면서 정치무관심과 정치혐오 정서에 빠져있는 세대다. 가장 주류로 빛날 시기에 비주류의 삶을 사는 삼포세대는 이제 MZ세대가 집회의 주역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진다. 내가 삼포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아마 그들이 건방지고, 대화가 안된다고 비판했던 부분은 여전할 것이다. 그러나 이버 내란에 대해 자신들의 주체적 행동을 보인 그들의 모습 만큼은 흐뭇하게 혹은 질투도 느끼며, 멋지다고 응원할 것이다. 아마 우리도 죽은 심장이 꿈틀대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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