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영화감상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2024

p5kk1492 2025. 1. 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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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센 근이영양증을 앓던 마츠 스틴(1989~2014)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이벨린이란 인물로 보여준 놀라운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그가 10년간 온라인 세계에서 쌓아온 커뮤니티 활동을, 그의 부모와 가족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가 죽고 난 뒤, 그의 소식을 온라인에 전하자 엄청난 수의 추모와 애도의 답장이 날아왔다. 그 상황에 대해 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답장들 모두 이벨린에 대한 진심어린, 고마움과 좋은 추억들이 담긴 메시지여서 더더욱 놀라웠단 점이다.

 

1시간 44분, 마츠 스틴이 와우의 사립탐정 이벨린으로 살면서 보낸 이야기와 뒤센병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가 남긴 흔적들과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로 풀어나간다. 온라인 게임에 대해 생소한 어른들은 그곳에서 현실세계와 같은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때로는 게임을 통해 만난 친구들을 마치 불량인간들과 어울리는, 그런 곳에서 사람을 사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도 온라인 게임으로 친구를 만들기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벨린과 같은 삶에 대해 일부는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온라인 게임은 약육강식의 시스템이 있어서, 이벨린의 세계와는 차이가 있긴 하다.

 

마츠 스틴, 이벨린이 비범한 인생인 점은 그가 현실에 처한 상황과는 달리 가상세계에서 보여준 배려와 공감능력이다. 자신이 가진 핸디캡에 대해 굉장히 고통스러운 상황임에도 말이다. 그가 이벨린으로 살면서, 남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마츠 스틴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상황도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상황이 드러났을 때,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달라질 태도가 두려웠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가 보여준 배려와 경청하는 태도, 삶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준 사람들이 그를 응원했다. 이벨린과 마츠 스틴은 다른 인물이 아니다. 

 

장례식에서 이벨린의 동료 5명이 각국에서 찾아왔다. 추모사에서 한 말을 약간 인용해서 내 생각을 말하며 정리한다. 마츠 스틴, 그는 자신의 신체적 제한이 있음에도, 이벨린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떠났다. 나는 신체적 자유를 가졌으나, 정서적 제한을 가진 상황에서 남에게 배려하지 못하지 않았나. 내가 불행했던 상황이나 힘들었던 상황에 대해 충분히 남들에게 배려하고 경청할 수 있는 태도로 전환했던가. 마츠 스틴, 나보다 1살 동생인 친구인데 거인처럼 보인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여전히, 해마다 추모하는 동료들이 있다고 한다. 나도 오늘만큼은 그를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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