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볍지만 공감가는 이야기로 가득한 에세이를 감상했다. 저자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우리가 평소 살아가면서 느낀 경쟁사회의 감상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사실 읽으면서 어려운 내용이 있거나 하진 않았고, 다만 워낙 급하게 읽어나가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을 전부 기억하긴 어려웠다. 허나 분명 열심히 산다는 것, 남들과 경쟁하기 위해 본인의 의지보다 더 과열된 상태로 노력하면서 망가지는 삶에 대한 주의사항을 말해준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저자가 돈과 자유 중에 자유를 택했다는 구절이다. 물질만능주의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시작할 때, 그게 돈이 되냐는 뉘앙스의 질문을 받곤 한다. 블로그를 하던, 유튜브를 하던 수익에 대한 궁금증을 먼저 물어본다. 내가 워킹홀리데이 시절의 한인 워홀러들 중 몇몇의 인삿말은 "주에 몇 불"을 버는지 묻는 것이었다. 내 이름, 내 어떤 신상보다 주 몇불을 버는지가 첫 인사였다 .그만큼 돈과 자유 중에 돈을 택하는게 작금의 세태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진 않지만, 저자는 나에게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은 줬다.
누군가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 수능을 망쳤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나는 대학 신입생 때만 해도 이런 선택에 대해 세상이 그들의 나약함에 혀를 차는 태도를 목도했다. 너무 세상의 시선이 잔인하다 느꼈다. 요즘은 이러한 태도를 드러내는 사람이 적고, 적어진것인지 표현을 자제하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OECD 기준 자살율 1위다. 노인 자살율은 압도적이고 말이다. 세상은 그깟일로 자살하냐는 태도를 암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지표다.
나는 저자가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삶에 대해 비판하는 점을 흥미롭게 봤다. 가끔은 포기하고, 도망치기도 하는 방법도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끈기 있는 사람의 시선에는 나약함으로 보이겠지. 허나 누군가는 숨을 쉴 시간도 필요하다. 내가 숨을 쉴 수 없는 상태에서 버티다가 무너졌을 때,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결국 열심히 살기 전에, 숨 좀 쉬면서 살자.
저자의 에세이 덕분에 많이 위로가 되었고, 내가 술을 거의 끊었지만 오랜만에 저자와 함께 술 한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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