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일상 끄적이기

아재론 - 내가 나은 삶을 살고 있었다면 The Life I Couldn’t Live

p5kk1492 2025. 3. 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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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저임금을 버는 아재다. 40언저리에 자랑할 소리는 아니다. 내 사회경제적 지위만 보면, 남성으로서는 사실 부양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위치에 있다. 못버는 삶이란 것은 수긍했다. 이런 삶을 이제 20여년을 살다보니, 다양한 직종에서 나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으로 살아가는 이들과 나름의 공감대를 갖고 살아간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아파트에서 청소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 우리네 평범한 삶에 대해 항상 유념하고 산다. 그들에 대한 나의 태도가 곧 나 자신의 태도이기에.

 

친한 친구녀석은 내가 만약에 중간에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인생이 아니었으면, 나는 오만했을 거라 자주 지적했었다. 꼴랑 인서울 4년제 들어갔다는 것, 그것도 중퇴이기 때문에 고졸인 나에게 비판하는 지점이 위와 같다. 만약에, 내가 정상적인 졸업을 하고, 이에 준하는 직장을 다니면서 살아갔다면 오만한 삶을 살았을까. 이러한 비판에 열을올릴 가치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내가 20대 대학생때 가졌던 정서를 돌아보면서, 가상의 나에 대해 반성을 해보려고 한다.

 

난 정말 좌파적 사고를 가졌던, 아니 그 낭만에 사로잡힌 부류의 20대 대학생이었다. 진짜 선민의식에 가까운, 마치 좌파적 사상을 갖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던, 오만한 인간이었다. 티를 내진 않았지만, 마치 내가 일종의 지식인이 될 사람처럼 살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80년대 대학교 진학 비율이라면 예비지식인이지만, 07년도 신입생이 무슨 예비 지식인 대기표도 못뽑을 놀먹대학생인데 말이다.

 

아무튼 그때는 아르바이트를 해도, 돈때문에 하는주제에 일종의 사회체험을 한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감정을 한켠에 두기도 했다. 마치 나는 추후에 지적 노동을 하면서 살 예정이란 망상을 했더란 말이다. 과장하자면, 실제 운동권 세대가 노동현장에 위장취업하는 마음을 혼자 느꼈을지도. 그만큼 나에게 오만한 정서가 있었던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내 친구녀석이 지적한, 만약에 내가 남들이 인정할만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갖췄다면 자신의 우월감을 가졌을 것이다. 참 저열하긴 하지만.

 

20대의 나는 내가 마치 약자를 도울 수 인간이 되자는 마음으로 두근거리는 삶을 살았다. 40언저리의 나는 약자가 된 상태에서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을 갖자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누가 누굴 돕겠냐만, 이정도면 만약의 나란 놈이 가졌을 수 있는 선민의식과 오만함에 대한 반성과 속죄는 하고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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