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공공 수영장이 두군데가 있다. 한 곳은 3월 내내 휴장 상태, 다른 곳은 월요 휴무였다. 저멀리 내가 수영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 수영센터도 월요일 휴무라서 갈만한 수영장이 없었다. 겨우 찾은 곳이 애월에 있는 공공 수영장, 하... 굳이 여기까지 가는게 맞을까? 싶었지만 어차피 대체 공휴일이고, 집에서 빈둥거려봐야 의미없을 것 같아서 출발했다. 4시에
너무 일찍 나왔나 싶었지만, 비도 오고 참...어디까지 걸어간 다음 버스를 탈까. 터덜 터덜 걷기 시작했다. 그러가 비는 그쳤고, 옆에 전기자전거가 대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엄복동 전기자전가 버전으로 애월을 향해 달렸다. 40분정도 그렇게 전기자전거, 버스를 타고 애월의 수영장에 도착했다.
애월 수영장은 해수라서 공복을 짠물로 달랬다. 사람도 적당하고, 나름 25레인의 적당한 구간 덕에 편한 마음으로 수영을 마무리했다. 솔직히 주변 수영장이 휴무면, 그냥 쉴 법도 하건만 굳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갔다 오고 말았다. 이런 열정을 스스로 높게 평가하진 않는다. 내 열정을 성냥처럼 타올랐다 금새 타버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협박이라도 받는 사람처럼, 글쓰기를 하고 유튜브 라디오까지 운동매니아로 비칠 정도로 열심히 살 고 있긴 하다. 긍정적인 루틴이 쌓이다 보니 스스로 대견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 속에서 언제 성냥같은 열정이 꺼질까 걱정하기도 한다. 걱정해봐야 내 열정이 꺼지는 순간, 아마 모든 활동을 접고 그냥 침대에서 하루하루 똥만드는 기계가 되겠지.
사실 잔잔한 촛불처럼 오래가면서 적당한 열정을 가진 상태로 성장하길 바랄 뿐이다. 24년도는 꾸준함 하나만을 기원하며 열심히 활동을 보낸 해였다. 독서에서 글쓰기, 라디오와 복싱 웨이트까지 말이다. 24년은 성공적으로 꾸준충의 모습을 보였고, 25년에는 몇가지 운동들이 추가되면서, 스스로에게 과제를 던저진 셈이다. 거기에 봉사도 작년부터 시작했으니 참, 이래저래 바쁜짓은 다하고 산다. 이걸 다 하고 있으면 마치 내가 원래부터 바쁜걸 좋아하는 줄 아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언제 쉬냐는 말을 들은적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1월 휴가때 시작된 한라산 정상등반과, 자전거 1박2일 여행, 그리고 수영의 시작 등 25년은 좀더 액티브한 루틴을 추가하긴 했다. 정적인 활동인 독서, 글쓰기, 라디오는 사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유지가 잘 된다. 그러나 액티비티는 어떤 활동이 질리거나 하지 못하게되면 대체제들이 필요하지 싶다.
아침에 수영을 하고, 퇴근해서 가벼운 웨이트와 복싱을 하고 아면, 글쓰기를 할 여유는 사실 없다. 보통 글쓰기는 회사에서 남들이 출근하기 전에 미리 가서 작성하곤 한다. 그래서 글감을 생각해 두었다가. 주말에 쓰기도 한다.
요즘 유튜브에 라디오올리는게, 평일도 주말도 거의 힘들다. 몰아서 한번에 올리거나 어떨때는 건너 뛰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던건 아니지만, 글쓰기가 컨텐츠 생산의 지분이 높아지다보니 그렇게 됐다. 아마 글에 대한 평가를 독하게 받았다면, 블로그를 중단했겠지만, 누군가 내 글을 평가하거나 하지 않아서 아마 그냥 막쓰게 된다.
반면, 유튜브 컨텐츠는 딱히 보는 사람도 없지만 가끔 조회수가 올라가면 썩 유쾌하지 않는 피드백도 달린다. 결국 내가 말하는 바가 어떤 식으로 전달되는지 느껴지니 불편했다. 그리고 글쓰기는 훈련이 되는 느낌이고, 말을 그냥 내가 심심해서 내뱉은 푸념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아직 유튜브 라디오를 놓고 싶지 않다.
내 열정이 다 사그러 두는 순간은 온다. 글쓰기도, 독서도, 유튜브 라디오도 하기 싫어질 것이고, 수영? 복싱?은 커녕 그나마 꾸준히 하던 웨이트도 1-2년 우습게 쉬던 시절은 나에게 언제나 찾아오던 루틴이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꾸준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퀄리티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꾸준함이 오히려 퀄리티보다 더 중요하다. 퀀티티와 퀄리티를 넘어서는 St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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