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좋은 사람은 못되도, 추해지진 말자

p5kk1492 2024. 6. 4. 08:10
728x90

"우리 사람은 못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김상경 배우의 대사로 유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홍상수 감독의 작품속 대사다.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이 저 대사가 대변해 주고 있다. 홍상수 감독이 찌질한 남자들의 심리를 잘 꿰뚫고 있기는 하다. 아마 찌질한 사람중 가장 성공한 인물 아닐까.

 

남자는 늙으면 추해진다. 지독한 경쟁사회에서 시장가치를 잃은 남성은 이제 자기 자신을 평가한다. 자신의 가치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그나마 사람답게 보낼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궁상맞게 살고, 여자가 없으면 없는 상황을 받아들인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남성은 사실 시장가치를 잃은 남성이 아니다. 그런사람은 애초에 추해지지 않는다. 자신이 이미 상장 폐지된 주식임을 인정하고 더이상 추해져서는 안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경쟁에서 나가 떨어진 남성 중 자신의 가치하락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부류가 있다. 사회에 대한 분노는 난 사실 양반이라고 본다. 그냥 술자리에서 같은 친구놈들끼리 고성을 좀 내면서 해소하면 끝난다. 그냥 다음날 숙취를 안고 일하러 가면 그만이다. 문제는 주변에 실제적 관계속에서 분노를 표현하는 인간들이다. 자기의 못남을 감추려고 약자를 찾아서 괴롭힌다. 이런 인간이 직급이란 개념이 존재하는 직장을 가지고 있다면 괴물이 된다. 직업이 없다면 범죄자가 되거나.

 

나이가 들거나, 능력이 없다고 해서 모두 추해지지 않는다. 좋은 사람에게는 꼭 성취한 바가 없더라도, 객관적인 가치평가의 기준을 넘어 존경이 묻어나오는 매력이 있다. 그런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아마 그사람이 살아온 삶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사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까지 난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추해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요즘 메타인지란 표현을 너도나도 쓴다. 나도 포함해서, 메타인지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자기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자기객관화가 필요하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마치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면 좋은 사람은 못되도, 추한인간으로 늙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