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던라면
호스피스 전문의 오츠 슈이치가 쓴 에세이를 우연히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애청자라면 자주 보았을 법의학자인 유성호는 최근에 유튜브에서도 자주 보인다. 그러던 중에 지금의 에세이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마침 밀리에도 있어서 읽기로 했다. 에세이는 무거운 주제 가벼운 마음으로 흡수하고 감동할 수 있는 장르의 서적이기에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원래 같으면 전체를 다읽고 나서 짧은 감상만 남기는데, 목차가 잘 나뉘어져 있어서 25가지 나눠서 감상을 남기고자 한다.
첫번째 후회에서 등장하는 환자는 고집불통의 치료를 거부하는 퇴임교수 출신 Y선생이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꼭 있을 법한 캐릭터다. 고약할 정도로 고집스러운 인물, 그런데 아픈동생 소식을 전달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형님에게는 소년이 되어버리는 그런 인물이다. 일본의 전근대시절 가부장적 가족관계는 한국보다 더 수직적인 느낌이 든다. 다만 이 광경이 불편하지 않았던게, 형님이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사연 속에서 너무 멋지고 강렬하게 느껴진 점이다. 그런 형님의 마음을 무서워한다고 표현하지만, Y선생도 소년으로 돌아가는 이유도 형님에 대한 존경이나 애정이 있어서라고 보았다.
Y선생은 결국 임종의 순간이 왔고, 그때도 형님은 글쓴이의 생각보다도 빠른 시간에 도착했다. 동생의 마지막 대화, Y선생의 대화의 마지막은 형님에게 한마디로 정리가 되었다.
"고마워"
나는 평소에 고맙다는 말을 잘 하고 살았던가 돌아보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거 일하는 동료들이나 지나가는 이웃에게는 쉽게 뱉는 그 말을, 가까운이에게는 인색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진 않았다보니, 가족애가 좀 없는 인간으로 자랐다. 가족도 그냥 남보다 조금 가까울 정도 혹은 남보다 못할 때도 있는 그런 느낌의 감정이다. 가족이라기보다는 정서적 채무관계란 느낌이 지금도 든다.
가장이 박살낸 가정의 파편에서 성장한 사람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살다보니 고맙다기 보다는 그냥 부채를 갚자란 느낌에 고마워해야할 부분에 대해서도 잊고 살고 있다. 내가 이 책의 한 꼭지를 읽었다고 해서 고맙다는 말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책 한권으로 내 가치관이 바뀔 만큼에 인생의 파도가 잔잔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족은 내게는 부채의식을 주는 대상이고, 내가 죽을때는 어떤 말을 할지 아니면 어떤 생각으로 상대를 대할지는 한번 재고해볼 계기가 된 챕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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