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아버지의 자살이 책을 쓴 동기가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물음이었다면 에세이가 되었겠지만, 자신 주변 너머 오늘날 현대인들이 살을 하게되는 이유와 자살생존자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마치 자살에 관한 FAQ, 혹은 Q&A 라고 정리해본다. 자살에 대한 여러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하거나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질문과 답을 보면서, 내가 왜 자살에 대한 원인이나 현상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을 깨닫긴 했다. 자랑은 아니고 그만큼 유사 경험자는 이미 관심의 영역이 확장되어있다.
사람들이 왜 자살하게 되는지, 우리가 흔히 오해하고 있는 여러 가지를 바로잡는 부분도 많았다. 이를테면, 자살하는 사람들은 유서를 꼭 남긴다는 것도 오해다. 4,5명중 1명은 유서없이 자살한다. 그리고 자살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지만, 충동적으로 자살을 선택하고 그대로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유서가 미리 작성되지 않아서 왜 자살했는지에 대해 남아있는 자살생존자들도 끝없는 의문과 괴로움에 빠지기도 한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지만, 자살생존자 즉 유가족이나 주변인에 대한 이야기가 깊이있게 다뤄졌다.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람을 일컫는게 아니라 자살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유가족과 주변인을 자살생존자라고 부른다. 나는 이 용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보통 자살을 한 사람의 6명의 주변인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한다는 점은 알고 있다. 이를 두고 자살유가족등으로 표현하는데, 이 책은 나에겐 생소한 용어로 설명했다. 물론 내용은 자살자 주변 가족들이 겪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등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부분을 중점적으로 읽기를 권한다.
저자도 자살생존자다. 문답형으로 정리된 이 책이 가볍게 읽히지만, 내용은 무거운 이유는 그만큼 저자가 쓴 글이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정리해 놓은 글을 보면서, 확실히 책한권을 만드는 사람들, 글쟁이들은 내공이 장난이 아니구나 하는 부분을 느꼈다. 자신의 고통도 결국 하나의 글과 책으로 엮어내는 것이 저자에게 느끼는 존경심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왜 나는 자살을 생각했을까? 라는 물음으로 이 책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후 저자가 겪었던 아버지의 자살과 자살생존자의 정서를 보면서 참 많이 몰입했다. 내가 한 시도가 결과적으로 죽음으로 이어졌다면, 나는 떠나서 흙이 되더라도 남은 자살생존자의 삶은 내가 책임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정황상 다시 그 시도를 했겠지만, 현재의 나는 그때의 선택을 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물론 100퍼센트는 없지만 말이다. 왜 자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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