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환 저자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라는 책의 인상깊은 구절을 가져왔다. 나는 최저 몸무게 63에서 최고 110까지 겪은 요요의 신이다. 최근까지도 100과 90키로 중반대를 오래 유지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체중을 80초반까지 내렸다. 다이어트를 성공했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내 체중이나 체형이야기가 나올때, 나는 항상 "난 원래..." 라고 하며, 나의 요요의 역사를 전달하려 애썼다. 결론은 그딴게 필요가 없었다. 지금의 내가 내다. 110키로의 나도 나고, 63키로의 말라깽이도 나였다.
체중뿐 만이 아니다. 지금의 나를 두고 뭔가 "나는 원래 이러이러한..."으로 시작했던 카테고리가 꽤 많았다. 체중이 대표적인 부분이라 인트로로 얘기했을 뿐이다. 과거 대학을 나왔지만 중퇴해서 현재는 고졸이고 부터 시작해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가 영주권 취득에 실패해서 돌아온이유 등 나의 현 상황만 말해도 상관없을 때도 하소연하듯 내 서사를 말하려고 타이밍을 쟀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점점 깨진 사건은, 내가 엄청나게 암흑기를 보냈을 때 입을 닫았던 나, 그리고 현재 광대처럼 다시 활개치는 나 모두가 나라고 말할 수 있게 되면서다. 나도 내가 시즌에 따라서 말없이 듣기만 하는 경우와 주변사람들의 분위기 메이커가가 된 시기가 명확히 구분된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그냥 둘 다 내 모습이구나, 사람들은 내가 원래 이런친구였니 변했다 적응했다 등등 표현하지만 난 간결하게 정리한다. "둘 다 원래 나다" 라고.
최근의 심리상담에서도 한가지 고치기 못하는 내 고집을 하나 발견했다. 나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하려는 노력. 선생님께서 나를 그렇구나 하고, 이만하면 충분하다 인정하면서 자신에게 베푸는 자비란 개념을 제안했다. 난 그 자리에서도 하소연 하듯 "남에게는 관대한 편인데..."를 수차례 반복했나 보다. 그자리에서 제재가 들어왔다. 사실 거기서 그런 동어반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난 내가 나에게 엄격해야 하고, 타자에게 관대해야한다는 룰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해당 과제에 대한 오독일 수 있다. 허나 지금은 나라는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변주가 있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나한테 엄격한 잣대를 두는 나를 부정하지 않지만, 때론 나에게도 자비를 베푸는 나를 카테고리안에 넣어야 함을. 두 가지 모두 갖춘 나, 그게 이율배반이라 생각치 않는 이유는 63키로의 나와 110키로의 나 모두 나랑 같은 이치다. 침묵하는 나와 광대인 나 모두 내 변주와 같이, 어떤 상황에서 내가 다른 모습으로 변주가 되어도, 결국 나일 뿐이다.
사람들은 변했다고 말하거나, 달라졌다 말하지만 내 안에 다양한 요소에 Pop up, 튀어나와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본다. 그게 선함이면 좋겠지만, 때론 부족하기도 하고 모자라기도 하고 그렇다. 그걸 부정하려고 "원래 이렇지 않은데..." 그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내 안의 다양선, 선함 악함 모자람 영리함 왜소함 비대함 유쾌함 지루함 등 다양한 나를 갖고 살아감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아 "내가 그렇구나", 뭐 어때 "이만하면 충분하지" 라고 다시 돌아가는 길을 찾았다. 찾았나?
오랜 시간 길을 잃었었고, 사실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은 여전하다. 그런데, 자기 연민으로 빠지진 않는건 다행이다. 채찍질을 해서라도, 그시간에 책을 읽던 좋은 글귀 하나 찾아 잡생각을 하는 건 좋은 자세라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타인에게 재미를 주는 삶을 회복한 것도 내가 지금 방향없이 살아가지만, 조금씩 힌트를 얻게 다음 단계를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순간순간의 괴로움이나 고통이 찾아오긴 하지만, 어느순간 꽤 단련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남의 고민도 살필 수 있는 정도까지는 회복된 모습이 보인다. 참, 다행이다. 그래도 잘 돌아왔다고 해주고 싶다,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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