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책 그리고 흔적

고백, 기 드 모파상

p5kk1492 2024. 7. 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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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은 300편의 단편을 남겼지만, 내가 읽은 단편이 마지막 작품은 고백이다.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다. 죽음을 앞둔 동생 마르그리트는 신부앞에서 임종을 앞에 두고 있다. 그녀의 언니 쉬잔은 곁에서 마르그리트의 최후의 고백을 듣게 되는데, 계속 용서해달라는 말을 전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내용은 단순하다. 앙리라는 인물과 언니 쉬잔과의 결혼이 오간다는 소식을 듣고 마르그리트는 둘의 결혼을 막기로 결심한다. 결국 앙리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고, 그녀는 평생을 죽어가며 살았다고 말한다. 이야기 서두에 마르그리트가 쉰여섯이지만 일흔처럼 보인다는 묘사가 나온다. 그녀는 죄책감 속에 평생을 살았고,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용서해달라는 말을 언니에게 전한다.

 

언니는 앙리와의 순간을 회상한다. 그와의 사랑에 대한 절절한 심정, 그를 잃고 난 뒤에 공허함과 상실함으로 살았던 세월을 말이다. 그렇게 숨을 거두기 직전에 신부는 언니에게 말한다. 신부가 마르그리트가 곧 숨을 거둔다고 하자 언니는 말한다.

 

"용서해줄게! 용서해주고 말고! 나의 어린 것!"

 

어린날의 선택으로 한사람은 죽었다. 죽은자는 말이 없고, 현생으로 놓고 보면 그는 없다. 어린 소녀는 죽기직전까지 죽어가면서 죄책감에 살았고, 한 여인은 사랑을 잃고 공허와 상실 속에 살아갔다. 잘못된 선택으로 세 사람의 운명이 정해졌다. 마지막 고백에서 용서를 하던 하지 않던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기에 쉬잔의 선택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죽기전 까지 말하기 어려운 죄를 지었다면, 살아있는 동안 겪는 죄의식은 상당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 자체가 형벌, 마음의 지옥문을 열어젖힌 셈이다. 잘못에 대한 고백은 가능한 빨리 하는게 좋지 않을까. 죄를 고백한다 해서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용서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세상이 용서하지 않는 수가 있다. 그래도, 가슴에 품은 것이 죄악이면 지옥을 벗어날 방법은 털어놓는 것이다. 생각 보다 구원은 가까운 곳에 있을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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