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른 체호프 단편선이 마지막 작품은 상자 속의 사나이다. 동료의 입에서 베리코프란 인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의 삶은 마치 상자 속에 사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가두는 삶을 살아간다. 마치 세상에 어떤 모든 변수에 대해서 불안과 불만, 두려움을 가진 사람 처럼 말이다. 그는 세상에 모든 상황을 상자 안에 넣어두는 사람이며, 생각까지도 상자속에 넣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상자 속 삶을 살아가는 베리코프에게도 사랑이 찾아오는데, 그녀는 바렌카라는 매우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여인이었다. 사람들은 이 둘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과연 이 베리코프란 사람도 사랑이란 것을 할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바렌카의 남동생 코발렌코와의 갈등으로 무너진다. 그 둘의 관계는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코발렌코의 행동에 대해 훈계하던 베리코프는 코발렌코가 윽박지름에 놀라 자빠진다. 이 과정에서 베리코프도 베리코프에게 충고를 하는 과정이 있지만, 코발렌코는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뒹구는 모습을 본 바렌카는 그저 실수로 넘어진 줄 알고 베리코프에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인해 베리코프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만다.
베리코프의 죽음은 오히려 자유였다. 상자 속의 사나이는 죽음을 통해 자유를 얻었고, 수많은 상자 속 사나이들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또한 상자 안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이어지고 불킨과 이반 이바노비치의 대화를 끝으로 이야기가 마무린된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유튜브에서 본 스티브 잡스의 인터뷰가 생각이 났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벽을 선정해 두고, 최대한 그 벽에서 부딪히지 않고, 스스로 그 안에서 살아가려는 삶에 대해 잡스는 말한다. 그 삶은 굉장히 제한된 삶이란 표현을 하면서, 그 벽을 깨고 나가는 그 생각을 한다면, 삶은 보다 넓은 세상을 알게 된다고 말이다.
우리는 상자 속 사나이 중 하나다. 물론 베리코프만큼이나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상자 속에 우리를 가둔다.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찮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 먹고사니즘을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를 상자에 넣는다. 그렇게 베리코프는 죽음을 통해 상자에서 벗어났다. 우리는 살아있을 때 상자 안에서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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