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박경리, 1부 옛날의 그 집 <바느질>

p5kk1492 2024. 9. 30.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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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바느질

 

눈이 온전했던 시절에는 

짜투리 시간

특히 잠이 안오는 밤이면 

돋보기 쓰고 바느질을 했

 

여행도 별로이고

노는 것에도 무취미

쇼핑도 재미없고

결국 시간 따라 쌓이는

것은

글줄이나 실린 책이다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

던가

개미 쳇바퀴 돌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

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

 

ㄴ 눈건강이 좋은 시절에는 했던 바느질, 눈이 좋지 않게되면서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저자는 여전히 글을 썼다. 저자는 작가로서 유고시집을 남기면서 우리에게 삶에 대해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나는 시를 쓰는 재주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내가 쓰는 이 글과 그 뒤에 남기는 녹음이 마치 저자의 바느질처럼, 글줄처럼 남기길 기대한다. 이 행위만큼은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는 내 열의와는 다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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