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좀비가 되는 낮인간과 낮에만 좀비가 되는 밤인간이란 설정의 단편이다. 서로의 다름이 틀림으로, 틀림이 적대감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좀비란 소재를 살려낸 작품이다. 지금 저자의 단편을 본 것이 이 작품을 포함해서 3번째인데, 무엇인가 써먹을 법한 소재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재무장하는 글쓰기 능력이 보인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좀비소재는 넘치고 넘쳐서 영화며 소설이며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이번 단편은 사실 좀비는 촉매이지 인간들이 반목하고 갈등하려는 본능, 집단을 이루어서 상대집단을 멸절시킬만큼의 배타성을 보여주는 행동들은 역사가 증명한다. 역사도 우리와 유전자를 닮은 침팬지들에게서도 등장하는 모습이다.
좀비라는 저주가 사라진 이후에도 낮인간과 밤인간은 서로에 대한 분노, 복수심, 갈등은 여전하다. 사실 어떤 집단의 갈등은 지금의 상황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켜켜히 쌓인 역사성에도 기인한다. 쉽사리 상대에게 분노심이나 배타적 감정을 버리지 못함을, 좀비가 안되어도 여전히 낮인간, 밤인간이란 문장과 함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이 참 좋았다.
단편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하는데,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등의 중동 이슬람세력간의 충돌이 떠올랐다. 중동의 어지러운 상황이 단순이 오늘날의 전쟁만이 문제가 아님을 누구나 안다. 팔레스타인의 땅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발생한 충돌의 역사를 보면 피로 얼룩졌다. 평화를 논하던 이스라엘 총리는 극우 시오니스트에게 암살당했다. 평화를 논하는 것 조차 금기시되어가는 세계가 소설에만 있는게 아니다.
때론 소설이 현실을, 현실이 소설을 넘나드는 서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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