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박경리, 4부 까치설 <마음>

p5kk1492 2024. 10. 2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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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마음

 

마음 바르게 서면

세상이 다 보인다

빨아서 풀 먹인 모시 적

삼같이

사물은 싱그럽다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

졌을 때

진실은 눈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

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쫓

는 자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

가 난다

 

감상

마음에서 욕망을 비워낼 때, 누군가에겐 초라해보이고 패배자를 바라보듯 볼 수 있다. 어쩌면 고귀해 보이면서, 비천함을 감수하는 것이 욕망을 버린 마음가짐이다. 한편 마음이 욕망으로 가득한 삶은 누가봐도 비참해보인다. 물론 그 삶이 실제로는 부와 명예, 사회경제적 지위를 누릴지라도, 끊임없이 커지는 욕망으로 인해 괴롭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욕망은 또다시 미끌어져 다시 기어올라가라고 마음을 부추긴다. 욕망의 미끌어짐으로 마음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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