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일요일, 오늘도 어울리지 않는 봉사활동을 위해 센터를 찾아가며 하루를 열였다. 오전에는 중졸검정고시 준비를 하는 친구를 가르치는 시간인데, 사회파트만 해주고 있다. 예전에도 중학교 사회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알바를 할 때, 역사만 좋아했던 나에게 다른 파트는 조금 부담이었다. 사회라서 그나마 덜 부담이 되긴 해도, 제일 못했던 지리를 가르치는 중이라 나름 준비를 했었다.
저번 시간에 가족캠프 간 줄 모르고 한주 건너 뛰고, 나름 예습을 해온 그 친구와 함께 공부를 해 나갔다. 나름 수업 중간중간 헛소리를 아재의 드립을 받아주는 친구를 보면서, 한국어 실력이 대단하구나 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적응하고 타국의 언어와 교육시스템에 적응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물론 어른일 때 하는 것보다 유연하긴 하지만.
오전 봉사는 오후의 한글 교육봉사에 비하면 난이도 쉬움이다. 예상된 인원이 찾아와서 나름 수업을 진행을 했다. 수업이라고 하기 애매한데, 두 그룹이 서로 다른 진도라서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은 어려웠고, 약간 자율학습 형으로 진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4명으로 구성된 가족은 그래도 스스로 공부하고 따라오는 친구 한명이 나머지 가족을 돕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르치기 힘든게, 그친구 한명 빼곤 영어조차 안된다.
지금 한글 알파벳 입문과정 수준이라, 안되는 영어로 한글을 가르치는 상황인데 영어조차 안되는 이주민일 경우는 난감하다. 그래서 영어가 가능한 이주민들에게 같은 모국어 가능자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대처 중이다.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4명의 낯선 이들이 등장해서 완전 초보레벨 수업이 병행된 상황까지 발생했다. 알고보니 미사를 참여하러 온 친구들이었지만. 그와중에 책은 가져가더라.
마지막에 낯선 사내가 조심스레 한글 수업이 원래 몇시부터냐며 물으며 다가왔다. 그친구도 한글 수업을 듣고 싶었는지, 내가 일단 재본해둔 한글 입문용 교재를 주면서 한번 보고 다음에 참여하라고 권했다. 그 친구는 다른 선생님이었는지 수녀님이었지 아무튼 수업을 하고 있어서 한글은 어느정도 공부가 된 이주민인줄 알았다.
다음 수업에는 어떤 규모의 학생들이 찾아올지, 아니면 또 썰물처럼 빠져나가서 썰렁할 지 모르겠다. 이주민들은 상황에 따라 갑자기 몰리기도 하고, 어느순간 찾아오지 않기도 하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센터 선생님들이 말해줬다. 그래서 미리 교재도 많이 복사해두라고 했는데, 재고가 0이 되었다. 잘팔리더라.
언제 중단될지 모를 이주민 봉사, 이것 또한 꾸준히 진행하고 싶은 활동이다. 일단 내가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도 나름 교육봉사 멘토 혹은 스승, 선배님이 필요한데 없다. 내가 지금 지분이 너무 높다. 이게 제일 걱정이긴 하다. 나는 주변인, 이방인, 엑스트라 정도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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