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의 납치, 외계 행성에서의 인간무리 그리고 개미상자같은 결말로 마무리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맘에 든다. 인간이란 만물의 영장이라 표현하면서 지구에서 우월성을 드러내지만, 외계 문명이 우리를 바라본다면 그저 호모사피엔스라는 포유류의 한 종류로 분류하지 않을까. 그들의 사회성,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구축하는 특징은 그저 다른 생물들을 분류할때 하나의 종처럼 말이다.
아무런 정보없이 외계인의 납치에 의해 한 행성에 떨어진 인간 집단의 모습은 무난하다. 행성의 특징을 발견하고 생존이 해결되면서, 원시적인 집단에서 작은 사회가 형성되고 다양한 사건들도 벌어지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 뒤에 외계인의 개미상자안에 존재로 전락한 부분으로 시점이 전환되면서 이야기는 끝이난다. 어쩌면 개미들의 모습을 의인화 한 느낌이 든다. 개미만큼 사회성이 인간과 유사한 생물도 없다. 군집을 구축하고 사회를 만들어 전쟁까지도 벌이는 개미, 그들에겐 여왕개미가 있는데 이번 개미상자엔 여왕은 없었다. 외계인 꼬마친구도 그 부분을 흥미로워 했다.
우리도 누군가의 개미상자같은게 아닐까. 트루먼쇼 라던가. 시뮬레이션 속의 인간 등 우리의 삶, 존재론적으로 보면 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 단순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지구상 다른 동물과는 다른, 왜 살아가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 고민하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점이 가장 존재의의가 있지만,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시간들이 더 많다.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것인지 고민없이 그저 시간의 흐름대로 하루가 지나간다.
강물처럼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내 존재의의가 누군가의 개미상자 속인지도 망각한체 살아간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이 세상에 내 던져진 존재로 무엇을 위해 살까. 꿈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몽상적이긴 하다. 다만, 무엇을 하고싶은지 혹은 무엇을 위해 사는게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조차 사라진 내 모습을 보면 이 작품이 무섭긴 하다. 땅파먹으면서 생존하고, 대소변으로 그 땅을 다시 먹기좋게 만들고, 똥만드는 기계의 순환구조를 외계인이 지켜본다. 그러다 쓰레기통에 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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