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읽은 책 바른 행복 조너선 화이트

p5kk1492 2024. 11.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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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심리학자인 조너선 화이트, 예전에 그의 저서 바른 마음을 리디북스로 구매해둔 기억이 얼핏 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던가 싶었는데, 후속저서였다.챕터마다 옛 성인들의 아포리즘과 함께 포문을 여는 그의 주제의식은 참으로 간결하면서,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심리학적인 내용과 함께 철학적인 메시지도 어우러지고 있다. 물론 적절한 비유와 깔끔한 정리가 돋보이는 영미식 글쓰기라서 아마 글을 자주 읽는 사람들은 크게 어려움없이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책을 급하게 읽는 탓에 몇몇 챕터 외에는 흘려읽었다.

 

먼저 주목했던 챕터는 2장의 내용이다. 요지는 우리가 인생에서 긍정적 보상보다 부정적인 결과가 되려 오랜 삶의 긍정적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또 당첨과 불구가 된 상황을 예로 들었는데, 꽤나 극단적이지만 우리가 로또 당첨자의 불행한 삶 혹은 스티븐호킹의 불굴의 의지 등과 같은 이야기로 대략 이해해 볼 수 있다. 나도 삶에 있어 크게 잘된적은 없지만, 정말 더럽게 꼬인적이 몇번 있다. 깊게 어두웠던 순간에서 올라오고 나니, 차라리 적당한 시련이 지나치게 행복한 상황보다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간혹 한다.

 

행복감도 결국은 보통의 기분으로 전환되기 떄문이다. 마찬가지로 밑바닥의 불행한 순간도 결국 서서히 보통의 기분상태로 올라오고 말이다. 일종의 도파민의 원리와도 같은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 해당 챕터가 흥미로웠다. 내얘기도 오버랩되기도 하고 말이다.

 

4장은 간단히 내가 옳다고 믿다보면, 옳고 그름을 체리피킹하는 위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란 교훈을 얻었다. 여기서 마태복음이 유명한 남의 티끌과 나의 들보 구절이 나오는데, 남 지적은 잘하면서 자신의 그릇됨은 볼 줄 모르는 위선적 태도를 경계하란 메시지다. 항상 유념한다.

 

5장이 사실 핵심이고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파고든 부분이다. 우리가 현재 쾌락의 러닝머신에서 뛰는 존재란 사실을 논하고 있고, 진정한 행복 공식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챕터다. 성취만을 추구할 경우 2장의 행복처럼 다시 보통의 상태로 돌아간다. 사실 이건 슬라보예 지젝이 말했던 욕망의 미끄러짐이란 표현이 있다. 욕망을 성취하고 나면 다시 미끄러지듯 욕망의 다음 단게로 나아가는 무한 굴레를 겪는다. 

 

이 고리를 끊는게 기존에는 욕망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인데, 저자는 이러한 내면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과 함께 조건이란 부분을 주목한다. 이후 항목에서 이 조건에 대해 많은 부분을 주장하는데 주변 소음에서부터 인간관계까지 다양한 변수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조건까지도 고려하면서 초기 행복가설과 함께 행복공식을 제안하고 있다. 그가 긍정심리학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심리학의 역사가 보통 병적인 부분만 주목했고, 초기 행복 가설도 외부 요인을 배제한 내적 행복을 좆았다. 긍정심리학은 외적 조건과 내적 가치추구를 함께 더해지는 공식을 제안했다. 사실 나도 현인들의 가르침을 카피하다보니 외부조건을 배제해야 한다는 일종의 무시 혹은 강박이 있었다. 마치 돈은 중요치 않아, 인생은 고독한거니까 인간관계는 내면의 행복과는 별개라는 등의 생각 말이다. 허나 긍정심리학은 이 모든 변수와 조건도 고려해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6장에 들어가면 조건에 해당하는 것 중 관계, 특히 사랑이란 감정에 주목한다. 아이와 어머니가 접촉할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의 양을 설명하면서, 그리고 아가페와 같은 타자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등에 대해서도 논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철학적 종교적 사랑도 중요하지만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실제 우리가 접촉을 통한 인간관계가 주는 행복감이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내가 철학자나 종교적인 이상적 사랑에 감탄하지만, 실제 원하는 것은 어쩌면 살을 맞대로 마주하는 연인과의 애정이듯 말이다. 결국 이런 감정이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의 현실적인 주제에도 실증적으로 확인되어진다는게 재밌다.

 

사실 그 뒤에 나오는 니체의 우리를 거의 죽이지 못한 고통을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구절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사실 나 스스로 수긍하려는 감정과 그렇지 못한 정서가 충돌하다보니 넘겨짚었다. 선함을 추구하는 것과 행복사이의 관계성을 두 챕터에 걸쳐 설명하는데, 이것은 이타적인 행동이 내 이기적 유전자가 가진 행동에 도움이 된다는 리처드 도킨스에 설명과 퉁치려는 내 태도로 인해 대충 읽었다.

 

예전부터 긍정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커서 마틴셀리그만과 미하트칙센트미하이의 몰입등과 같은 개념은 대략 이해하고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내가 내면의 행복만 추구하려는 어설픈 현인 바짓가랑이 잡아보기를 넘어서는 방향을 제시해줘서 좋았다. 그리고 목차마다 인용된 명언들은 확실히 책에서 말하려는 주제의식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매력이 있었다. 아쉬운 점은 내가 통독하기에는 소화력이 부족했다.

 

개인적으로 이책은 어려운 책이 아니다. 매우 친절하고 다양한 비유와 마치 인덱스처럼 목차가 상세하게 되어있어서, 사실 이해가 안되면 다시 돌아가서 읽어도 될만큼 좋은 행복심리학 지도서다. 내가 서평식의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대충읽고 발췌독처럼 소감을 남기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정도면 충분히 책읽은 보람이 있다. 허나 조너선 화이트의 바른 행복을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입장에선 불친절한 소감으로 보일게 뻔하다.

 

우리가 이제 진짜 아픔만 다뤄주던 심리학에서 긍정을 추구하고 행복을 실제적으로 삶의 루틴으로 만들어내는 방법론을 주장하는 심리학에 주목하고 있다. 행복에 대해 실증적으로 탐구하려는 움직임도 참 재밌고, 늦게 태어났으면 좀더 우울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풍요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하지만, 어쩌면 긍정의 관점을 불어넣어주는 기술적 사상적 프런티어들을 믿어볼만 할것 같다. 조너선화이트와 같은 사람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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