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책을 읽고 한참 지나서 오랫만에 산책을 나갔다. 가족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봤다. 이책에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심리학적으로 설명이 담겨있다. 사실 다양한 사례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잘 설명하고 설득력있게 글을 전개하고 있다. 허나 이책을 소개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고, 이 책에서 자신에게 해당될 만한 사례를 보는게 독자들이 감명을 받는 지점이다. 자신이 가족으로부터 혹은 가족에게 준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서사를 납득할만한 해석을 제시하는 데에서 감동을 준다. 내 행동이 잘못된게 아니구나, 혹은 내 상처가 치유가능할 만한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내 인생에도 가족이란 참 뒤틀린 얼굴이다. 아버지 역할을 하지 못한 아버지, 그를 닮아가는 내 자신에 대한 혐오가 일단 첫 번째 뒤틀린 내면의 얼굴이 하나 있다. 허세로 가득찬, 그러나 그 능력은 없는 아버지를 보고 나는 능력을 갖추고 주제에 맞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무능한 당신과 마찬가지인 인생을 산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고 산다. 아버지역할을 수행하기 전에 아버지조차 되지 못한 나를 보면서 차라리 그게 다행인걸지도 모르겠다.
남편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남자와 실패한, 그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가장의 역할을 한 어머니와의 불편한 관계 또한 나의 두 번째 망가진 얼굴이다. 아버지에 대한 당신의 분노와 남성에 대한 혐오를 직간접적으로 주입한 부분에 대해 나는 스스로 쓰레기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결국은 실패했기에, 최소한의 자식의 도리는 해야한다는 정서만 지닌 채 감정의 교류는 차단한 모자관계로 살아간다. 결국 가장의 부재가 두 사람의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 삶에 있어 가족이란, 긍정적인 요소는 잘 없다. 그나마 아버지의 유머러스함이나 대인관계 혹은 어머니의 어떤 지적인 정보에 대한 욕구 정도다. 이건 유전적인 형질이고, 가족관계는 사실 파탄 그자체 아닐까. 어머니는 아버지 역할까지 해야만 했고, 나는 그저 부의 부재와 모의 부채의식만 가졌다. 그래서 가족관계보다 외부의 인간관계에 대한 의존적 성향을 드러내곤 했다. 누군가에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스스로 부끄러워 관계를 단절하고 회피하곤 했다.
이 책은 여러가지 가족관계에 대해 잘 정리해 놓았고, 나의 사례와는 더 심각한 트라우마나 가족으로 인한 어린시절의 아픔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는 이런 점에서는 사실 트라우마같은 없기에, 되려 이 책이 나에 상황을 객관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더 힘든 시절을 겪은 사람들도 사례로 제시되니, 내가 겪은 서사는 적어도 별거 없지 않읂가.
위의 내 가족관계를 사례로 제시한 점은 사실 이 책을 설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진 않다. 허나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은 가족의 두얼굴이란 책으로 나의 가족은 어떠한가, 내가 가족으로 부터 겪은 아픔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나와 내 가족간의 상처를 서로 진실되게 털어놓는다면 치유될 수 있을지도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나만 진실성을 털어놓는다고 해결되진 않는게 슬픈 점이긴 하다. 내가 진실로 소통을 호소해도, 가족은 진실이 허구라고 아니 진실 자체가 망각된 상태일때 절망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책 그리고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6 첫 번째 천성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0) | 2024.12.03 |
---|---|
145 성급함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1) | 2024.12.02 |
이기주 언어의 온도 부재의 존재 (3) | 2024.12.01 |
김동식 단편 어린 왕자의 별 (0) | 2024.12.01 |
144 슬픔을 극복하라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0) | 2024.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