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책 그리고 흔적

이기주 언어의 온도 부재의 존재

p5kk1492 2024. 12. 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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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떠난 이에 대해 존재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는 어린시절부터 알고지냈던 고향친구가 있다. 고등학교에서 학교가 갈라졌지만 그전까지는 같은 학교친구, 동네 골목친구로 우정을 쌓았다. 녀석은 고향에서 대학을 다니고, 나는 서울로 다녔기에 접점이 사라져갈 즈음에 친구가 서울로 올라와 나와 같이 살게 되었다.

 

서울에서의 3개월 남짓 지내는 동안 좋았다. 그녀석이 군입대로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나도 급하게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일찍 고향을 내려갔다. 나는 혼자 지내는 생활에 만족했었는데, 그 친구와의 3개월이 너무 좋았기에, 그의 부재의 존재감이 너무 컸다. 

 

그친구와는 그 뒤로도 이벤트적인 느낌으로 가끔씩 추억을 쌓았다. 복학하기 전에 잠깐, 내가 호주와 캐나다를 돌다가 제주로 나가떨어졌을 때. 내가 최악인 상황에서 함께 술도 한잔 하고 그녀석 집에서 자고 정말 재밌는 몇 몇 추억을 사진처럼 머리에 남겼다. 그러던 중 그의 부고소식을 접했다.

 

나는 그의 장례를 가지 못했다. 무너진 정신상태와 장례식장에 입고갈 옷도 없을 만큼 비대해진 몸, 그리고 피폐해진 나는 그친구가 왜 갑자기 그렇게 떠나버렸는지 모른다. 한참을 그친구의 물건과 예전번호를 남겨뒀다가, 몇년이 지나서야 정리했다.

 

녀석과 어떤 음식으로 그리움을 자각하는 경험은 없다. 다만 사진처럼 내 머리에 추억으로 남겨있다. 그리고 노래 하나를 들으면 떠난 친구가 떠오른다. 찰리푸스의 See you again 이란 노래다(위즈칼리파 노래 피처링 찰리푸스). 원래 분노의질주란 영화를 촬영한 배우, 고인이된 폴 워커를 추모하는 노래인데 가사를 들어보면 친구가 떠오른다. 찰리 푸스의 음성과 호소력 짙은 노랫말을 들으면, 내 친구의 부재에 대한 존재감을 상기시켜준다.

 

It's been a long day without you, my friend

And I'll tell you all about it when I see you again

We've come a long way from where you began

Oh I'll tell you all about it when I see you again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같이 놀고 싶다. 보고싶단 말 자체가 미안한 그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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