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읽은 책 7년의 밤 정유정

p5kk1492 2024. 12. 30. 08:24
728x90
반응형

처음 이 책을 보고 액자식 구성인줄 모르고, 또 등장인물의 과거 회상인가 뭔가 싶어서 헷갈리기 시작헀다. 최현수가 최상사란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그가 우물에서 죽었음에도 그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에서부터 헷갈렸다. 그의 행동에는 뭔가 이상했다. 용팔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장난 왼팔의 발작으로 잃은 야구선수의 생활, 아내와의 이혼선언, 아들 최서원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등이 서사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긿은 일었다. 오영제의 딸 오세령을 사망했고, 분명 사건인데 누구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철저할 정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오영제도 섬뜩했고, 지나치게 강박적이고 자책하며 사는 최현수도 뭔가 이상했다. 이야기의 진상이 밝혀질 즈음에 책을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세령을 죽인 것은 최현수, 차로 치었던 것까지는 실수였지만 숨이 붙어있는 그녀를 살해하고 호수에 유기한 행동은 우발적이라 볼 수 없다. 그 선택으로 인해 죄책감은 최상사의 망령까지 불러일으키며 죄책감을 배로 시달리게 한다. 그럼에도 아들 최서원만큼은 자신처럼 되지 않길 바란다는 마음이 곳곳에 묘사되어 있다.

 

오영제란 치과의사는 직업이 부업이 간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케일이 큰 빌런으로 보였다. 가족에 대한 사랑인줄 알았던 그의 행동은 집착과 통제의 발현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도망쳤고, 딸은 벗어나지 못한채 살다가 현수에 의해 살해당한다. 영제는 딸을 잃은 것보다, 자신의 소유물을 앗아간 현수, 그리고 그의 아들을 모두 죽이기로 하면서 광기가 표출된다.

 

그 이후에 내용은 서스펜스에서 약간은 액션에 가까운 느낌으로 흘러간다. 현수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영제를 죽이려고 하다 실패하고, 그뒤에 최서원은 살인자의 아들로 살아간다. 7년의 세월을 끊어내기 위해, 살아있을 영제를 유인하고자 아버지 현수의 사형집행일에 맞춰 아저씨 승환 등과 일을 꾸민다. 그 내용에는 박진감 넘치는 묘사나 영제의 미친 대사 등도 압권이지만, 소설을 보면 더 재미가 있다.

 

어려운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맹인 입장에서는 가끔 등장인물이 많아지만 헷갈린다. 누가 어떤 역할인지, 관계인지. 그나마 한국소설이라 이름들이 익숙해 다행이지 러시아 소설이었으면 인물 하나가 분신술 쓰는 줄 알았을 것이다. 영제의 상황과 현수의 행동이 드러나면서, 그 뒤로는 소설의 흐름이 빨라져서 읽는데 오히려 편해졌다. 처음에 모호함을 이해하면서 따라다가 실체가 드러나니 영화같이 흘러가고 마무리 되었다.

 

근데 왜 영화는 망했을까. 정유정의 소설을 담기엔 그릇이 작았나.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