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책 그리고 흔적

들은 책 구의 증명 최진영 오디오북

p5kk1492 2025. 1. 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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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구의 증명을 읽었을 때, 나의 한계로 인해 해당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너무 어이없게도 주인공 담이와 구에 시점도 헷갈렸었드으니 말이다. 책을 읽기 앞서 검은 동그라미와 하얀 동그라미로 구와 담의 시점 구분을 설명을 봤다면 됐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해당 내용이 글로 볼 때, 꽤나 몰입하기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다. 죽은 구를 먹는 행위를 통해, 담이 구에게 갖고 있는 정서가 대표적이다. 

 

이번 오디오북을 통해 소설에 대해 좀더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마치 소설 원작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된 느낌의 작품을 접한 기분이었다. 요즘 이동거리가 왕복 한시간정도 되면, 오디오북을 켜고 있다. 오늘 새벽에도 집에서 버스와 도보로 30분 정도 거리의 수영장을 찍먹하러 갔었다. 이때, 거리가 꽤 되는 만큼 구의 증명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3시간 정도였고, 배속을 2.2배 정도로 했다. 내용은 대략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서 충분히 들리는 정도의 배속이었다.

 

구와 담을 각각 배역에 맡는 성우가 읽어주는, 마치 오디오 드라마 느낌이 들어서 몰입이 잘 됐다. 그리고 소설을 읽을 때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꽤나 적나라한 묘사가 담긴 작품이란 점을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또 구와 담의 이 죽일놈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담의 서사도 힘든 상황이지만, 남자주인공 구와 같은 경우 인생이 처절할 정도로 힘든 사연을 지녔다. 결과적으로 부모가 남긴 사채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구에 대해 인정할 수 없는 담의 사랑도 참 처절하다. 

 

서로가 서로를 이토록 질기고 강렬하게 연결될 수 있을까? 처절한 구와 담의 이야기 안에서 사랑보다 비극이 더 크게 느낄 때도 있었다. 그리고 구를 죽어서 더이상 숨을 쉬지않는, 시체가 되었지만 담은 보낼 생각이 없다. 구의 몸을 땅에 묻을 수도, 태울수 도 없어 먹기로 결심한다. 구를 먹어서 자신과 하나가 된다는 생각은 사실 그로테스크한 서사다. 구를 먹는 담의 이야기는 소설 처음부터 마지막 중간마다 나타나지만, 소설이 진행될 수록 뭔가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게 이 작품이 가진 오묘한 설득력이 아닐까 싶다.

 

소설같은 사랑이다. 그런데, 묘한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말도 안되는 구를 향한 담의 증명, 담에 시선뿐 아니라 구 또한 담을 사랑했다. 그리고 죽은 구의 시선에서도 자신의 몸을 먹고 있는 구를 보는 듯한 묘사도 일품이다. 구와 담의 시점을 교차해서 다루는 연출이 참 영화의 어떤 연출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내용이 영화화 하기엔 어렵지만, 원작으로 오디오 드라마로 들은 것만으로도 좋다.

 

나를 증명시켜줄 사랑 혹은 관계맺음이 내 인생에도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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