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를 처음 구독했을때, 한달 낸 돈을 뽑으려고 마구잡이로 읽던 책 중에 허지웅의 에세이도 포함되었다. 그때는 허지웅작가가 혈액암으로 치료받은 이후에 책이라는 점에 읽게 되었다. 그때 감상은 초반 자신의 투병생활을 담고 있어서 읽을만 했는데, 이후 내용이 주로 영화를 소재로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별로 인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 자신이 겪은 고통과 다양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란 점을 느꼈다. 죽을만큼 힘든 경험 뒤에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저자 자신의 이야기는 서두였다. 그 뒤에 죽음을 택한 인물들, 돌아가신 배우중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분장한 배역을 알지만 분장속 배우들의 잊혀진, 이제는 죽어서 이름조차 잊혀진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혈액암으로 투병했던 한 익명의 인연에 대한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살고싶다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드는 순간이 바로 죽고싶을 때다. 자살자가 느끼는 양가감정이 대표되는데, 인간은 지극히 죽고싶을만큼 힘들때, 극단적일 수록 한편에 살고싶단 생각이 강렬하게 자리하고 있다. 나는 죽고싶지만, 죽고싶다고 하면 누가 날 살려주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살자들은 주변에 죽고싶다는 구체적인 신호를 보낸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는 충동적 자살자도 그전에 누군가에게 이미 신호를 보내놨을 것이다.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지.
죽고싶은 사람입장에서 마음 한켠에 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는건, 내 스스로에게 '나 지금 농담하고 싶은 기분인가' 라는 상념에 사로잡히게 만들 수 있다. 내가 저자가 정한 제목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이지만, 죽고싶음과 살고싶음은 거울처럼 맞대로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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