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넷플릭스 돌풍 감상

p5kk1492 2024. 6. 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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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위한 감상이 아닌 드라마 돌풍을 순수 감상해봤다. 원작을 읽고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는데 약간 물리던 차에, 하도 예고편으로 궁금증을 자아내서 일단 찍먹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청했다. 보다가 재미없으면 꺼도 되는 넷플릭스 구독자의 특권이다. 대통령을 시해한 국무총리 박동호, 설경구배우와 대립하는 경제 부총리 배역을 맡은 김희애 배우와의 연기가 나름 재미가 있었다. 서로 다른 정치적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연출이 나름 한국형 정치 판타지 스릴러를 본 느낌이다.

 

정치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위 미드빠가 많다. 아마 오래전부터 정치물을 본 사람들은 웨스트윙을 명작으로 치켜세울 것이다. 당시 에 나도 미드를 사랑했지만, 정치드라마나 의학드라마같은 전문적인 부분보다 스릴러나 오컬트물을 좋아했다. 그러나다 뉴스룸부터 조금씩 달라졌고, 최근에 본 마지막 정치드라마는 하우스오브카드였다.

 

정치드라마는 여느 드라마처럼 사건전개에 따른 갈등과 긴장감 이에 대한 대립과 해소, 다음 스탭으로 넘어가는 그 과정이 실제 정치를 고증하듯 다뤄지는게 특징이다. 정치인들도 보는 드라마, 라는 타이틀이 정치드라마의 자부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에서 돌풍은 사실 정치인들이 볼것 같지는 않은 정치드라마다. 정치라는 무대장치를 이용해서 인간과의 갈등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스릴러 장르에 가깝다.

 

정치드라마의 탈을 쓴 스릴러라서 나는 오히려 맘에 들었다. 취임 이후 변해버린, 타락한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 장준일에게 증오에 가까운 마음을 품고 있는 박동호가 시해를 선택한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박동호를 둘러싼 주변인물과 그 대척점에 서있는 정수진의 갈등은 마치 일기토를 하듯 합을 주고받는 식으로 한회 한회가 지나간다. 나름 긴장감도 있고, 서로에 대한 공격이 날카로운 지점도 있다. 하지만 케이 드라마라는 점은 잊어서는 안된다. 주인공은 언제나 정답이다.

 

나는 한국드라마가 쉬워서 좋다. 물론 괴물과 같이 수작은 끝모를 미스터리 끝에 결말에서 터져나오는 진실을 연출하는 드라마는 드물다. 대체로 한국형 스릴러, 특히 드라마난 한회 한회 주인공이 대척점의 인물의 공격과 갈등유발에 잘 대처한다. 처음 장면에서는 살짝 당황하거나 고뇌하는 듯한 연출을 잠깐 보여주지만, 이미 주인공에게는 복안이 있고 해결된다. 그렇게 해결하다가 주인공도 막다른 골목에 마주하는데, 주인공 다운 선택으로 결말을 장식한다. 

 

저번에도 다뤘지만 정치를 보면 심연을 들여다본 자들의 이전투구라고 보여진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 인간들이란 점을 드라마적 연출을 통해 보여준다. 독재라는 괴물가 싸워 이긴 괴물들을 잡기 위해, 박동호는 야수가 된다. 자신도 결국 괴물이 될 것임을 알고 덤벼던 싸움터에서 그의 선택은 사실 판타지다.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한 정치라고 고백하는 그 모습에서나는 내가 드라마를 보고 있음을 자각했다. 공익을 위한 사익이란 드라마같은 설정, 현실의 정치는 철저히 사익을 위해 공익을 팔아먹는다. 누가 더 사익과 공익사이의 이해관계를 종합예술로 승화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정치판에 순교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