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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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이를 떠나 보낸 분들에 대해

p5kk1492 2024. 7. 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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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 교리에 자살자는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받는다고 말한다. 내가 천주교신자가 되기 전에 이 교리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나도 죽음에 대해 극단적으로 고민하고 고통받은 기억, 나도 그런 사람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란 사실 때문이다. 자살이 죄악이라는 점이 내가 그런 감정이나 선택에 대해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처럼 느낀것도 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이들의 마음은 내가 이해할 수 없다. 그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통해 삶을 저버린 경우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내 주변, 아니 나와 정말 긴밀한 사이가 아닌 사람의 죽음은 남의 이야기 인 것 같다. 그냥 주변에서 누가 자살했다는 소문이나 이야기를 주고 받는것을 들을 때, 그냥 가쉽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거짓 연민처럼 소화되는 느낌도 들고, 자살할 마음이면 살아보지 하면서 죽은자에게 훈수를 두는 경우도 보았다.

 

나는 내가 잠재적 대상자란 마음으로 자살한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때, 그 순간 시간이 정지되는 느낌이 든다. 자살했다는 말 자체가 내 감정의 시간을 2013년 홍대의 한 고시원으로 돌려놓는다. 나도 떠난 이들처럼 됐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면 남얘기 같지 않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내 마음을 후벼파곤 한다. 이 감정은 사실 직접경험에 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든 느낌이 아닐까 싶다.

 

자살을 택하면 그 사람의 주변 유가족 6명이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빠진다고 한다. 자살자는 지옥에 빠진다는 교리가 납득이 안되지만 어느정도 받아들이는 부분이 이 지점이다. 자살자는 떠나고 없지만, 주변의 6명의 남은 사람은 사는 동안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떠나간 사람에 대한 죄책감이 평생을 괴롭게 만든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정도는 나아지겠지만, 문득 떠난이가 떠오를 때마다 그 순간의 죄책감은 찰나일지라도 지옥같은 괴로움을 느낀다. 내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자살은 타자에게 당길수 없어 자신에게 겨누는 총이라는 표현을 한다. 나만 없어지면 해결될거라는 마음, 살고싶은 마음과 죽고싶은 마음이 서로 상존하는 양가감정의 상태, 죽음이외에는 해결방법이 안보이는 터널적 사고 등 누구보다 극한의 감정에서, 자살자 혹은 자살시도를 한 사람들,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나 계획을 했던 사람들은 지옥을 겪는다. 사는게 지옥이 된 심정에서, 사후세계를 믿건 안믿건 이미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떠나고, 남은이들이 지옥의 바톤을 이어 받는다. 

 

나는 어설픈 방식으로 극단적인 선택으로 떠난, 떠나려나 실패한, 구체적 생각까지 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관찰자가 아니라 참가자의 마음으로 말이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지 2년 가량 되었다가, 몇개월전에 순간적으로 충동이 올라왔었다. 그래도 2013년 그 당시의 지옥같은 심정과 내 행동에 대해서는 사진처럼 내 머리에 박혀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안타까움 죽음, 그 이유가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하면, 차마 외면하기가 어렵다. 그냥 그렇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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