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가끔씩 오래보자

p5kk1492 2024. 8. 3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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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인 친구와 나 포함 셋이서 오랜만에 급 만남을 가진 날이 지난 28일 수요일 저녁이었다. 농담처럼 새벽에 김천이나 가서 야식이나 먹자는 식의 대화를 던지고 나는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친구녀석의 전화를 듣고 모임이 성사되어서 그렇게 셋이 저녁 겸 술자리가 마련이 되었다. 술마시는 친구가 한명이라 저녁에 안주를 벗삼아 수다떨러 모인 셈이었다.

 

주로 분기별로 다섯친구가 모일 때와는 달리 노총각 셋이서 모인지라 주제도 살짝 딥한 느낌도 있고 진솔하고 유쾌한 대화가 오고 가기도 했다. 추억얘기도 하고, 각자 겪어온 이야기도 나누고 뭐 뻔하지만 했던 이야기를 다시 녹음기처럼 돌리기도 하는 등의 진부하지만 즐거운 대화가 오고갔다. 10년에서 15년을 향해가는 친구사이에서 레퍼토리야 뻔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다섯이 모이면 게임좋아하는 녀석들 중심으로 주제가 흘러가던 것과는 다른 주제로 대화가 진행되는 부분도 있어 흥미로웠다.

 

일단 결혼하지 않은 세사람이 모이다 보니 각자의 결혼관도 편하게 나오기도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나와 내친구들과 같은 타입은 참 결혼하기 힘든 세상이긴 하다. 친구들의 결혼관은 뭐 따로 얘기하긴 그렇고, 내 결혼관만 언급했던 부분을 말하자면 이러하다. 남자가 부양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결혼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터놓았다. 듣던 친구들도 대체로 동의를 했고, 나도 내 가정사를 말하면서 나름의 이유를 덧붙이기도 했다. 요즘에 가장이란 표현도 젠더감성으로는 쓰기 어렵긴 하다. 그래도 가장이 무너지면 가족이 박살난다는 내 관점은 여전했기에 결혼관을 논했다.

 

이야기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이런 유유상종도 있나 싶을 정도로 살아온 결이 비슷하다며 이야기의 꽃을 피어나간 시간이었다. 성격이나 취향, 취미도 각자 차이는 있지만, 인생의 파도는 비슷한 느낌으로 맞아가고 사는게 녹록치 않은게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살아간다는게 신기하기고 했다. 물론 모두가 각자 힘든 상황이 결국은 비슷하구나 할 수 있겠지만, 오랜 친구로 지내는 이유에 대해서 나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삶의 궤적을 확인하며 그 근거를 생각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참 오랜만에 급만남이 성사된 날이란 점이 다른 어떤 점보다 놀라웠다. 아마 20대 시절 후반기 부터는 약속을 잡지 않으면 모이기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결혼한 친구들도 생기다보니, 갑자기 만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 외로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결혼한 여성분들도 친구들 만나기 힘든 것은 매 한가지이나, 남자들이 친구를 만나는데에 좀더 삶의 의미를 두는게 좀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이번에 만남이 성사된 것도 참 뜻깊어서 대화 속에서도 여러번 대뇌였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친구들과 헤어지고, 마지막 인삿말로 가끔씩 오래보자 란 말로 마무리를 했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제목인데, 친구에 대한 굉장히 철학적 메시지가 담긴 노래 제목이다. 나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내가 호주에 가서 친했던 사람들과 멀어진 상태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친구에 대한 대 가치관을 한번 곱씹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다시 한국에 돌아와 친구를 만났을 때, 2년여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노래 제목처럼 친구란 가끔봐도 오랜세월을 함께하는 존재란 점을 다시금 느꼈다. 그래서 가끔식 오래볼 수 있는 친구가 이렇게 삶에 다섯손가락 이상은 있다는게 참 행운이라 생각한다. 

 

또 다시 친구들과 동떨어진 어딘가로 갈지 모른다. 그래도 카톡이 있어서 요즘은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지도 않지만, 아는 이 없는 곳으로 가는 길은 외로운 길이다. 그런데 내 지랄맞은 성격 상 또 어딘가로 도망치듯 다시 새장 밖을 나가려고 할 확률이 높다. 그떄도 친구들에게, 가끔씩 오래보자는 말로 미안함을 대신하고 싶다. 그렇게 떠난 뒤에 다시 돌아왔을 때도, 동네 술집에서 술안주와, 나라는 안줏거리를 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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