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크게 튼 라디오를 끄고...

p5kk1492 2024. 10. 3. 20:42
728x90
반응형

사람과 사람간에 대화나 관계에서 일종의 주파수를 맞춰야 하는 과정이 있다. 요즘에는 케미란 표현도 있고, 대화의 측면에서는 티키타카가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꼭 사적인 관계뿐 아니라 공적인 관계 혹은 B2C 직종일 경우엔 불특정 다수의 대상과도 주파수를 맞춰야 하는 상황을 맞이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을 꺼내는 이유는 이제 주파수를 맞추는 노력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끼기에 글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인간관계에서 처한 방식은 상대방의 주파수를 최대한 파악해서 맞춰나갔던 전략을 취했다. 어린시절부터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라, 상대방에게 맞춰서 대처하는 식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했다. 눈치껐 나와 맞지 않으면 피하고, 이친구의 주파수는 조금만 조율하면 잘 지낼 수 있겠다. 이러한 방법으로 내성적인 친구들 사이에서 잘 지내는 내향적 성향의 광대로 잘 지낼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 대학에서는 아싸이기도 했고, 아르바이트에서는 어리버리한 캐릭터로 살면서 나름의 내 주파수와 주변의 주파수를 적당히 맞춰나가는 유형으로 성장했다. 이후에 두루두루 잘 지내기도 했고, 또 어두운 상황도 겼었지만 사람들의 주파수를 맞춰나가면서 수더분하게 지냈던 것 같다. 심지어 외국생활에서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도 충분히 적당하게 잘 지냈던 것을 보면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는 유형의 인간은 아니었음을 스스로 자평해볼 수 있다.

 

내가 라디오가 개 박살이 난 것은 2017년도를 기점으로 였다. 대인관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로 5년이상 보냈고, 이 때 아마 내가 사람들과 주파수를 맞추는 방법이 완전히 전환되었다. 주파수를 맞추는 능력을 상실했고, 그냥 고장난 라디오처럼 내 인생을 보냈다. 그나마 이때 배운 점은 상대방의 말을 가만히 듣는 시간으로 그 세월을 보냈다. 그래서 사람들의 주파수를 좀더 세심하게 캐치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내 라디오는 고장나서 상호작용은 없었다.

 

이제 내 라디오는 고쳤지만, 예전처럼 항상 켜놓진 않는다. 상대방과 대화나 관계적 측면에서 교류를 할때, 이사람에게는 주파수를 켜봐야 의미가 없겠구나 싶은 각이 잡힌다. 그러면 굳이 키지 않는다. 타인에게 경청하는 태도를 갖춘 대신에, 빠르게 대화나 관계를 종결시키거나 간소화 하는 방법을 익힌 것 같다. 이게 어른이 된건지 성숙해진건지 옳고 그름인지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그냥 내가 이렇게 변해가고 있구나 하는 이벤트를 기록할 다름이다. 그런데, 그래도 예전에 항상 내 라디오를 크게 켜고 상대방의 주파수를 찾던 철없던 나는 없긴 하다. 그때 만났던 친구들도 어차피 다 라디오를 켜고 살진 않는다.

728x90
반응형

'일상 끄적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10-04 오늘의 구절  (0) 2024.10.04
혼자살더라도 친구는 만들자  (1) 2024.10.03
2024-10-03 오늘의 구절  (0) 2024.10.03
짧은 회상 EP 24:26 , Beenzino 2012  (3) 2024.10.02
2024-10-02 오늘의 구절  (1) 202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