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길었던 해외생활

이주민 교육 봉사 24-12-1 디아스포라가 남얘기일까요

p5kk1492 2024. 12. 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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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범하디 평범한 교육봉사가 일상인 일요일이었다. 어쩌면 그저 하나의 루틴이 되어가지만, 나름의 이슈들도 있었다. 오전에는 중등 검정고시 사회를 과외하고, 오후에는 펀잡가족의 한글 공부를 돕는 일, 그 뿐이다. 이슈라면 내가 조금 과몰입할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긍적적인 피드백이 오면 아무래도 열정이 솟구친다. 작은 불씨가 살아난 기분이랄까

 

오전에는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데, 곧 역사 파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친구도 4월에 시험다보니 진도를 빠르게 나가길 원한다. 또 자신의 요구사항에 부합하게 과제를 잘 수행하고 온다. 한국어를 일상언어로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일상 어휘가 아닌 교과서의 개념들을 이해하고 문제를 잘 풀어오는건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잘 따라오고, 되려 스스로 뛰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사범대 중퇴 출신이지만, 뭔가 똘똘한 친구들을 보면 내가 오히려 생기가 돈다.

 

공부하던 중에 궁금한 질문들도 재밌고, 내가 흥분해서 교과서 바깥의 세계관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차차 싶어서 설명을 거두기도 하는데, 원래 똑소리나는 학생이 교사를 춤추게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제 다음시간에 내가 예상한 진도를 따라오고 만나게 되면, 본격적으로 역사를 가르쳐야 하고, 학생은 남의 나라 역사를 배워야 한다. 내가 중도에 포기해버린, 버린 전공인 역사다.

 

다행히 초등 검정고시 때 역사를 재밌게 배웠다고 한다. 내가 싫어하는 문화사 파트도 재밌다고 하니 좀 놀라웠다. 문화파트는 문제로 나오면 단순히 제시된 사진자료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일단 관심이 있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역사를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오전이 마무리 되었다.

 

6시 반부터 시작된 하루여서 점심시간 동안 멍한 상태로 있다가 1시부터 이제 한글봉사에 돌입한다. 아무도 안오려나 싶었는데, 펀잡출신의 시크교가족이 출석했다. 그중 며느리친구가 유일하고 진도 이상의 열의가 있고, 영어가 가능해서 나머지 가족들을 이끌고 있다. 거의 영어와 힌디, 펀잡어 파티다. 오후에 날 과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나 펀잡 며느리다. 이친구가 빨리 한글을 익혀서 일자리를 잡기 위해 열의를 보인다. 나도 개인적으로 호주생활 때 일자리가 절실했기에 공감한 것도 있고, 배움에 있어 똘똘함이 보이니 외면하기 어려웠다.

 

약간 고민했다. 나에게 개인적으로 추가적인 과외를 요청했을 때, 봉사시간이 길어지면 내 자유시간이 줄어드니 망설였다. 그런데, 봉사자긴 한데 교육봉사다 보니, 결국 어떻게든 내가 한번 시간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일단 연락처를 받고, 어떻게 교육을 할지 다음주에 이야기 나누기로.

 

내가 이 친구들이 한글을 배우려는 목적이 한국사회에서 적응 즉 빨리 한글을 떼서 일을 하고싶은 부분을 잘 안다. 혹자는 이주민들이 일하는 데에 있어 한국어를 못한다, 한국어 어설프게 해서 결국 번돈은 다 자기나라로 송금한다 등 말하곤 한다. 허나 디아스포라는 그들만의 서사가 아니다. 유태인 뿐 아니라 코리안 디아스포라도 있다. 우리가 디아스포라가 되어 식민화된 나라를 떠났고, 그들이 오늘날의 재미, 재일, 재중 여러 교포가 되어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커뮤니티, 그리고 나도 그들과 호흡했던 기억도 있고 도움 혹은 피해 다 받아봤다.

 

내가 겪어봐야 남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게 이기적인 교훈이긴 하다. 겪기전에 공감하고 돕는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복합적인 생각과 경험들이 봉사를 하면서 느낀다. 다음주에는 어떤 이슈가 나를 또 가르칠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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