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슬라보예 지젝이란 철학자에 빠진 적이 있었다. MTV 철학자, 주류 철학자들과는 달리 헐리우드의 대중적 작품과 그가 가진 철학적 사유를 적절히 버무려서 전달하는 매력이 있었다. 라캉과 헤겔, 마르크스를 엮어 자신만의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에게 던져진 평가는 현대 철학의 주류에는 벗어나있다는 말이었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특히 The Pervert's Guide to Cinema 로 철학에 대한 나의 사고를 깨부서준 지젝이, 이 책을 통해 문득 생각이 났다.
충코의 철학이랑 유튜브가 알고리즘에 간혹 등장하곤 했다. 제목만 보면 철학에 대해 대중적으로 접근하려는 구나, 정도만 봤지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 저자인 줄 몰랐다. 이 책을 전반적으로 말하면, 실존주의라는 주류에서는 퇴장한 철학을 쉽게 풀어낸 저작이다. 작가 이충녕은 눈높이 선생님이다.
내가 저자의 유튜브를 제대로 본적이 없으나, 책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중성의 지평이 넓어진다면, 한국의 지젝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지젝은 행동파 철학자이기에 조금은 과격해보일 수 있다. 그런 점이 그를 더 대중적인 철학자로 만들어준 점은 사실이다. 충코의 철학은 한국적으로, 철학을 현실감있게 그리고 대중 눈높이에 맞춰서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보인다. 참고로 책에서 철학을 다루는 솜씨가 유튜브에서 적용이 되고있다는 전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실존주의가 뭘까하는 궁금증을 독자들은 어느정도 해소하게 된다. 그리고 나와같이 한때 실존주의라는 있어보이는 철학에 매료되었던 이에게도 울림을 준다. 부끄럽지만 실존주의 철학을 좋아하면서도, 누군가 실존주의를 물어보면 움찔하게 된다. 명징하게 설명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실존주의 철학자의 계보에는 스스로 실존주의 카테고리안에 속하길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상충되는 지점도 있기도 하고 말이다.
나처럼 생각이 많은 허세 실존주의빠와, 실제로 내 삶과 현재 세계관에서 방황하고 불안해 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간결하고 깔끔하게, 쉬운 예시들로 실존주의 기반의 철학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철학은 깊게 들어가면 심해의 언어로 쓰여진 작품이 되고, 가벼우면 그냥 개설서 만 못한 철학 팜플릿이 될 수 있다.
이번 책은 철학이란 진입장벽으로 독서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어디서 들어본 철학자, 읽었거나 제목이나 내용은 아는 실존주의 관련 작품들을 친숙함을 주고 있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실존주의로 철학하기에 동참하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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