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작가가 청년시절의 쓴 책을 나도 20대 시절에 접했고, 나름의 신선함과 새로움을 느꼈던 서사가 담겨있었다. 작가도 어느덧 중후한 노년의 접어들었고, 나도 이제 40대 중녀에 근접한 나이에 다시 다시쓴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게 되었다. 책을 전체적으로 다시 썼다고 했지만, 큰 틀에서의 역사적 사건은 살렸다. 일부는 제외하고, 오늘날의 현실에 닿아있는 글쓴이의 생각을 담았다. 거칠지만 총기가 있던 청년이, 이제 세월의 흐름을 통해 중후한 글끈이가 되어 리마스터링을 한 셈이다.
난 20대시절에도 놀라웠지만, 드레퓌스 사건과 말콤엑스란 인물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반유대주의의 흐름이 당대 프랑스 민주공화정에서도 퍼져있던, 결국 이사건으로 유대인 시오니스트들을 자극했던 촉매제가 되었다는 것도 지금도 여전히 흥미로운 소재다. 말콤엑스는 부제로 검은 프로메테우스라 말하듯, 그의 흑인중심주의 운동을 통해, 마틴루터 킹 처럼 흑인과 백인 모두의 공동체적 동의보다 흑인의 정체성을 깨워낸 인물이란 평가를 한 것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말콤엑스란 인물에 대해 더 알고싶게 만들었던, 청년의 나와 장년에 내가 마주한 시점이다.
사실 사회주의 혁명으로 레닌과 대장정의 마오쩌둥은 동독이 무너지고 소비에트가 무너진 챕터를 골고루 보다보면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그럼에도 레닌의 러시아혁명과 중국의 대장정은 당시의 사회주의가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투쟁과 피를 흘려가며 이뤄냈던 역사적 흔적이 보였다. 민주주의가 대중의 피를 먹고 자랐던 것처럼, 사회주의도 이상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의 역사를 견뎠다. 물론 끝을 아는 우리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전지적 빨갱이 시점으로 보면 나름 재밌는 소재다.
대공황의 루즈벨트, 히틀러의 군사적 무장에서 이겨낸 경제적 위기는 케인즈주의에 맞닿아 있다. 시장경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유일한 담보는 국가, 결국 국가주도하에 경제정책으로 둘은 위기를 극복했다. 한 나라는 양차대전을 승리를 이끌면서 팍스아메리카나의 주인공이 되었고, 다른 한쪽은 광기의 나치즘과 홀로코스트를 다행한 인류 역사의 비극적 꼬리표를 독일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마지막으로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이 앞서서도 오랜세월의 박해와 홀로코스트를 통해 독립된 국가와 영토 주권을 차지하기위해 물밑작업을 한 결과가 바로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다. 둘은 끝없는 갈등과 폭력, 테러, 전쟁을 통해 피폐했졌고, 둘의 극단적인 대립은 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한 이스라엘의 라빈총리가 극단적 시오니스트에게 암살당하게 했다. 지금의 이스라엘은 사실상 극우 시오니즘이 포함된 강경집단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극의 땅에서 팔레스타인이 숨통이 트이려면,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유대인 스스로가 겪었던 비극을 타자에게 되풀이하는 상황을 막을 수밖에. 아마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같은 상황이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진고 있다.
아무래도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장년이 되어 읽다보니 좀더 선명하게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청년시절에 느꼈던 신선함을 상기시켜준 소개, 이제는 추억이 된 사회주의, 그리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역사와 현재가 혼재된 주제도 엿보였다. 역사책은 어떤 저자가 주제의식을 가지고 핀셋처럼 뽑아낸 카테고리가 좋은 책일 경우가 많다. 사실 통사를 기반으로 중간에 여담이나 야사를 집어넣는 식의 책도 재밌긴 하다. 나름 역사책도 최신버전이란 게 있는 셈이다. 이번 유시민 작가의 리마스터링 버전은 좋았다. 내가 나를 다시 만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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