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위해 원작으로 보고, 원작을 통해 실화를 알아가는 묘한 삼위일체의 작품이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사실 막달레나 수녀원을 우연찮게 나무위키에서 얼핏 본 기억이 있다. 아마 내가 이책을 읽을까 말까 하다가 실화사건을 먼저 본 것으로 추정한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아일랜드 카톨릭 수녀회에서 벌어진 참상을 내가 나무위키에서 검색하진 않았을 것이다. 순서는 실화인 막달레나 수녀원 사건, 그다음에는 클레어 키건의 원작, 마지막에 킬리언 머피가 제작과 배역에 참여한 영화까지 감상했다.
사실 킬리언 머피가 영화에 나온다는 사실이 날 원작을 읽게 만들었다. 소설파 입장에서는 콧방귀를 끼겠지만, 워워 이렇게 훌륭한 원작을 멋진 연기력을 보여주는 믿을맨 킬리언 머피가 직접 제작에 참여까지 했다. 일단 소설을 본 사람들도, 영화가 맘에 드는 지점이 분명 있다고 본다. 물론 소설보다 영화에서는 막달레나 수녀원의 참상을 조금은 더 드러내고 있지는 않았나 싶다. 사실 내가 이 소설을 읽을 때, 처음 수녀원에 대한 묘사, 그리고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 가족간 대화 정도로만 수녀원의 어둠이 보였다. 아마 내가 소설을 제대로 파악을 못했다고 봐야겠다.
잘을 모르겠다. 사실 소설에서는 수녀원에 참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진 않는다. 은유하는 정도? 이것도 작품해석에서 은유한다고 해서 알았다. 나는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막달레나 수녀원의 참상을 다시 살폈다. 분명, 무서운 공간이고 주변 커뮤니티에서는 수녀원은 금기의 공간이었다. 물론 겉으로는 다들 수녀님을 존경하고 수녀원의 존재를 긍정하지만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분명이 잘못된 사실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음은 자명했다.
내가 소설에서 유일하게 정신차리고 본 대목과, 영화에서 킬리언 머피와 부인간의 대화가 이 영화의 핵심을 찌르는 장면이었다. 사실 소설에서는 가족과의 대화에서 가볍게 흘러가지만, 영화에서 킬리언 머피는 본인만의 내적갈등이 부인과의 대화에서 조심스럽게 드러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내용은 수녀원의 가여운 소녀들에 대한 주인공과 이에 대해 부인이 우리 애들이 아니라는, 그들에게 신경쓸 겨를이 있냐는 느낌의 말로 정리하는 내용이었다. 주인공은 부인과 같은 생각을 윌슨 부인도 했다면, 자신도 마찬가지로 무사하지 못했을 거라고 답변한다. 영화에서는 좀더 극적으로 서로가 갈등하긴 하지만, 큰 갈등이라기 보다 어쩔수 없지 않냐는 합의로 매듭짓는다.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소설의 장면이고, 후반부에서는 사실 기억에 남을만한 내용이 없다. 수녀원에 찾아가서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 속에서, 뭔가 감춰지는 느낌의 장면이 전부다. 허나 영화에서는 수녀원에 감춰진 것들이 숨길 수 없는 옆구리 살처럼 삐져나오듯 참상을 짐작할 만한 서사가 나타난다. 영화의 절정에 이르면 주인공의 내적 갈등은 고조되지만, 결말은 결국 그도 그저 다른 이들처럼 일상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듯한 느낌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뜬금없지만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참상을 다루는 방식이 앞으로도 대세가 되지 않을까 싶다. 홀로코스트를 다루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도 유태인이 직접 고통받는 장면은 없다. 그저 평온한 나치군인가족과 배경음악같은 유태인의 비명 정도. 이번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킬리언 머피의 내적갈등이 오히려 막달레나 수녀원의 어두운 내면을 알고있음을 괴로워하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참상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설명하는 것은 이제 역사책이나 다큐멘터리가 하는 영역이다. 영화와 소설을 예술의 영역에서 더욱 강하게 실제 참상을 고발하는 힘을 발휘해야 한다. 대중은 책이 다큐보다, 킬리언머피가 연기하는 그 절절함에 실화를 잊지못한다.
나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노벨상을 타기전에는 모르는 작가였다. 소년이 온다가 광주를 다뤘다며 찬사를 보낼 때, 작별하지 않는다 또한 4.3사건을 다뤘다는 이야기에 먼저 책을 구매했다. 그 뒤에 소년이 온다고 읽었지만, 나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보여주는 4.3사건을 다루는 방식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4.3사건의 참상을 알리는 노력도 좋지만, 예술의 영역이 보여주는 기법은 제주를 넘어 세계가 이 참상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책은 안봐도 영화는 보지 않는가. 다큐도 안본다. 연기를 신들린 듯한 사람이 보여주는 그 신기에 몰몰입해서 사건에 빠져든다. 그게 예술의 힘이고, 상업예술이 주는 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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