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구의 증명, 최진영 2015

p5kk1492 2024. 5. 2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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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에서 추천하는 소설이어서 읽게 되었다. 최진영 저자를 찾아 보았고, 밀리의 서재에 꽤 있길래 한번 이 책이 맘에 들면 읽어보자 해서 담아두었다. 그러다가 이책을 읽고 나서 나머지는 책장에서 뻈다. 그냥 구의 증명 하나 본걸로 만족해야겠다 싶었다.

 

책의 내용이 마음에 안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독특한 감정을 느끼게 한 소설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다가 중반쯤에야 주인공인 담과 구가 번갈아면서 서술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 독서를 하고 있는지 참 부끄러웠다. 특히 소설을 읽을때 난독증 수준이 아닌가 할 정도로 심각하긴 하다.

 

내용을 좀 놓치긴 했지만, 구와 담의 관계와 상황들이 참으로 처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은 사랑일까 서로 불행일까, 무슨 인연이길래 서로 애뜻하면서도 잔인할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도 왜 구의 증명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내가 소설을 제대로 이해못한 증거이기도 하다. 구의 삶은 참으로 처참한데, 그렇게 그의 죽음도 마치 세상의 비극은 다 그가 짊어지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담이 죽은 구의 시체를 먹는다는 서사다. 초반부터 중반 종반마다 언급되는 그녀의 식인 행위가, 기괴하다거나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안들었다. 그냥 궁금했다. 왜 먹을까, 저자는 담이 구를 먹는 이유를 서사적으로 풀어나간다. 그렇다고 이해해달라는 서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냥 담과 구의 얽힌 실타래를 덤덤히 보여주고, 말미에 식인을 하면서 가족을 늘려 나가는 소니 빈의 일화를 언뜻 풀어내면서 식인이 가진 의미를 색다르게 전한다.

 

그렇게 결말을 보고 책을 덮은 다음, 저자의 책들은 읽지 않기로 했다. 처절하고 독특한 이 소설은 그냥 한권으로 남기기로 했다. 다른 책을 물론 다른 소재나 주제의식이 있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어보련다. 누군가 최진영의 책을 추천할때, 혹시 구의 증명 말고 다른 책이 어떤지 물어봐야겠다. 먼저 찾아보진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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