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위의 구절로 유명한 이 책,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신디역의 이지은이 읽고, 마이 데몬에서도 일부 인용되어 등장한다. 워낙 유명하다보니 소설인 데미안은 철학적인 메시지를 건내는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데미안을 예전에도 읽었지만, 이번에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나니 확실히 어렵게 다가왔다.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가 유년시절부터 성년으로 자라면서 겪는 내적인 갈등, 그 과정에서 만난 데미안과 다른 인물들과의관계 속에서 내적으로 성숙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내용의 흐름이 어렵다기 보다, 인물들이 던지는 대사 혹은 심리묘사 등이 꽤 구체적이면서 철학적이다보니 다소 쉽게 읽히는 소설이 아님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책에서 드러난 주인공의 내적갈등, 주변인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그의 모습, 그리고 데미안을 만나 변한 그의 삶 등을 따라가다 보면그냥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가 있었다. 에밀 만큼의 내적갈등은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사실 데미안같은 사람도 만나보지 못했기도 하다.
나도 개인적으로 에밀이 말한 두 세계에서 빛의 세계를 추구하던 어린 소년이었다. 에밀처럼 나도 빛의 반대인 어둠의 세계를 인지하고 최대한 멀리하려고 애썼다. 그래도 에밀보다는 좀더 늦게까지 빛의 세계에 머물렀지 싶다. 성년이 되고 세상이 이제 안전망이 거둬질때쯤 어둠의 세계에 나도 어느정도 다가갔고, 거기서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일어기도 했다. 방탕하기도 했고, 내 스스로 쓰레기라고 생각하며 더 날뛰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도 에밀처럼 빛의세계를 다시 갈구했던 느낌이 들기도 하다. 소설처럼 극적인 인물들을 통해 내 방향성이 정해지진 않았다. 그래도 나도 에밀만큼이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가 가야할 길을 찾아가게 된것 같다. 그 길이 옳다고 믿고, 더이상 어둠의 세계로는 가까이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데미안에서 말하는 꿈이나 운명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누구나 꿈이 있지만, 그 꿈은 언젠가 다른꿈으로 바뀐다. 그래서 밀려나는 꿈을 붙잡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운명이 있는 한 꿈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에밀에게 건내는 에바부인의 구절이다. 우리의 삶, 인간은 개개인마다 각자의 운명이 있고 이를 위해 꿈에 충실해야 한다는 메세지일까? 운명이 있다면 변화하는 꿈들을 떄론 받아들이고, 보내주면서 우리의 운명을 믿고 충실하자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나 자신의 처한 상황에 따라 내적인 갈등을 겪는데,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보는 게 데미안의 소설속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저자는 에밀을 통해 자신의 내적 갈등을 철학적으로 전달했고, 소설이니 만큼 잠정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내 안의 있는 갈등과 외부의 관계맺음에서 우린 우리의 운명을 발견하고 꿈에 충실하며, 그렇게 성장한다. 그렇게 우리는 알을 깨고 신에게 날아가는 새가 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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