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악의 평범성을 영화화하다

p5kk1492 2024. 6. 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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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거의 졸면서 봤다고 고백한다. 양심상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냥 뇌피셜로 감독의 연출의도를 나름 정의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나아렌트의 '악의평범성'이란 문구를 떠올렸다. 떠올렸는데, 엄청나게 지루하게 연출하다보니 난 잠들었다. The banality of evil 이 평범성이란 번역에 의문을 갖는 경우도 있다. 이부분은 논외로 하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나치 전범자들이 자신들의 전쟁범죄를 그저 명령에 대한 의무를 수행했음을 변명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한나 아렌트가 내린 결론이 핵심이다. 이 영화의 주제의식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서 살고 있는 소장 루돌프 회스의 가족들 모습을 그리면서 진행이 된다. 굉장히 긴 시간을 나치 가족들의 화목한 모습을 연출하는데 할애한다. 난 거기서 패배했고, 졸았다 아니 잤다. 그나마 중간중간 깨어나서 몇몇 장면들을 봤기에 주제의식을 고민할 수는 있었다. 회스 가족의 화목함 중간에 유대인의 유품을 두고 품평하거나, 아우슈비츠에서 들려오는 총성 과 비명 등이 간간히 등장한다.

 

허나 신경쓰일 정도가 아닌 수준으로 연출함으로서 유대인의 지옥도 옆에서 자신들의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나치의 모습을 정말 잔잔하게 그려낸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유대인에 대한 언급,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평범한 꽃에 대한 감상 혹은 자녀에게 건내는 따뜻한 말들이 대비되게끔 잘 그려주고 있다.

 

나치의 유대인 포로에 대한 강제노역이나 학살은 그저 업무이고, 회스의 아내는 남편의 전근에 대해 반대하며 그저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지키려는 평범한 나치부역자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동탄 신도시에서 지방 발령받은 남편에게 투정부리고, 우리 자녀는 좋은 학군에서 교육받게끔 하겠다고 말하는 이웃집의 모습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또하나 놓치지 않았던 포인트는 회스의 자녀중 나이어린 꼬마가 방안에서 혼자 놀고 있는 와중에, 유태인이 구타당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꼬마는 커튼을 젖히고 보려다가 이내 멈춘다음, 장남감을 만지며 '다신 그러지마'라고 말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논다. 내가 졸면서 본 장면 중에 꽤나 인상적인 장면이다. 나치전범의 자녀는 어떤 방식으로 부모가 가진 '악의 평범성'을 물려받았을까.

 

꿈반, 영화반 버무러진 감상이라서 차마 이 영화를 감상했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교훈은 일단 훌륭한 상을 많이 받은 작품은 내가 소화할 역량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범죄도시 위주의 때려뿌수는 영화 중심으로 감상한 뒤에 훗날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잠자면서 봐서 영화본게 괜히 부끄러워 이렇게 후기를 남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