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사람을 잃지 않으려면

p5kk1492 2024. 6. 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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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친구가 없다. 방구석에서 글과 유튜브 라디오를 업로드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간관계 자체가 거의 사막수준인데, 그나마 고향친구 서너명 정도가 남아있다. 돌이켜 보면 내 옆에 사람들을 계속 남아있게 하는 것도 재주고 능력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을 유지하게 하는 동력은 어떤게 있을까? 그냥 내 경험이나 생각을 풀어내면서 한번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일단 사람과의 인연은 가족을 빼면 처음은 친구, 그리고 연인, 직장이나 모임에서의 인연 정도가 있다고 보겠다. 보통은 또래라는 이유로 맺어지는 친구관계가 처음 인연의 시작이지 싶다. 같은 학교, 같은 동네, 같은 나이라는 공통점으로 친구가 되어 인연을 이어나간다. 너무나 단순한 공통분포지만, 제일 오래가고, 지금도 유지되는 사람관계는 위의 친구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지금까지도 끊어지지 않고 인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말한 거의 유일한 인간관계다.

 

앞서 형성된 친구들 중에서도 어느 시점에 따라 좀더 관계가 긴밀해지거나 느슨해지는 경향성이 있다. 그때 왜 그럤었는지 돌이켜보면, 삶의 방향성이 비슷했을 때 긴밀해지고, 달라지면 조금은 거리감이 생겼다. 완전히 관계를 상실할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고등학생 신분에서는 같이 서로 진학하려는 목표가 강했을때, 혹은 상대방에게 뭔가 배울점을 느낄 때 많이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대학 진학 후에는 진로에 방황하고 서울에서의 삶이 끝났을때, 그때 같이 해외거주에 대해 방향성이 같았던 친구와 강한 동류의식을 느꼈었다. 

 

지금은 그래서 둘 모두와 거리감을 두는게, 이젠 학생때처럼 진로고민을 하거나, 해외거주를 꿈꾸지 않다보니 약간 소원해졌다. 그래도 완전히 끊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예전만큼의 긴밀함은 없다. 나머지 현재는 친하게 연락하거나 하진 않는 옛 친구들과는 왜 멀어졌는지 말하자면, 내가 수준차를 느껴서가 아닌가 싶다.

 

친구라면 보통 이제 고등학생, 대학생 때니까 취업전이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물로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공부도 비슷하게 하고, 관심사가 비슷한 모임에서 대학생끼리 어울리면 금방 친해지고 인간관계가 흥미롭게 흘러간다. 성별, 나이를 넘어서 친해지는 경험도 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취업을 하고, 결혼도 하고 각자 삶의 방향과 수준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이 관계는 그냥 안부 묻는 정도, 아니면 그냥 그 정도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 서울생활을 접었다 보니까 더 인간관계가 끊긴것도 있지만,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서도 잘 되서 결혼도 한 애들한테는 따로 연락하거나 관계를 유지하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막상 관계를 다시 묶으려고 해도, 일단 삶의 고민 자체가 다르다. 결혼에 대한 고민 혹은 결혼 이후의 내집마련이나 제테크 고민 등 나는 이미 포기한 주제가 그들에게는 현실적인 주제니 할말이 없다. 내가 캥거루인데 거기서 무슨 대화를 이어나가겠는가.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대략 마무리하고,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2013년도 이후에 없는 인간관계라서 생략해도 되지 않을까. 그냥 뭐 딱 대학생 신분에서의 맺었던 사랑이니 그때 느낌을 말하면, 강렬함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이토록 빠른 시간에 깊게 맺어지는 신기함을 느꼈다. 빠르고 깊게 맺어지고, 또 끝날때는 찢어지듯이 파괴적으로 마무리 되었었다. 상호확증파괴같이 서로 상처가 될만한 무기를 가진 상태로 헤어지는 관계, 그런데 지나고나면 다시 한번은 그런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싶은 느낌으로 결론낼 수 있다.

 

직장이나 모임에서의 관계는 그냥 단순한거 같다. 그냥 소속감을 느낄때는 친한 친구처럼 지내고, 소속에서 이탈하면 그걸로 관계 종료다. 몇몇은 직장에서 나간 뒤에도 친분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다 끊는 스타일이긴 하다. 몇몇 동료들은 좋은 기억이나 감정으로 남아있는데, 난 그냥 그걸로 됐다는 마인드다. 모임은 일단 공통적 취미라서 서로 친해지기 쉬운 만큼, 모임이 종료되면 그걸로 끝나는 관계가 아닐까. 모임을 잘 안해봐서 아직은 잘모르지만 말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그 관계를 끝나게 하지 않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같은 가치관을 갖고 이어지는 친구관계, 아니면 비슷한 수준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간관계, 그것도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간의 강렬한 맺음 등 나는 잘 모르겠다. 아니면 이 세가지를 다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인연이 나에게 찾아온다면 삶은 다른 차원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한번 상호확증파괴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