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전화기들면 여포가 되는 고객들

p5kk1492 2024. 6. 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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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43644.html

 

콜센터에선…“고객 성희롱 3번 버텨야 끊을 수 있어”

고객의 폭언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이 시행된 지 6년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콜센터 노동자들이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등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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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 6년차를 맞이하고 있다는 내용, 그리고 취지에 무색한 현실을 다룬 한겨례 기사다. 여느 고객센터 상담전화를 걸어도 나오는 해당 법에 대한 내용, 그런데 누가 그걸 들을까 싶다. 어짜피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여포가 되는 사람들은 상담사가 전화받을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그다음 더러운 말과 폭언을 장전해둔 방아쇠를 아가리로 당긴다.

 

개인적으로 고객센터에 전화했을 때, 나도 실수를 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 때 친구가 전화로 문의를 했는데 잘 해결되지 않아 대신 화를 낸 적이 있다. 그때는 나무 다혈질이기도 하고, 어렸다는 변명밖에는 내 잘못을 수습할 길이 없다. 고객센터 상담사는 결국 전쟁터 보병, 아니 보병들에게 총기를 건내주는 가장 말단이나 마찬가지다. 불만사항을 듣고 안내하는 권한정도 밖에 없다. 폭언하는 여포들도 알면서도 행한다.

 

해당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에 겪은 불만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양반이다. 자꾸 해결이 안되서 이제는 작정하고 폭언하는 사람까지도 차악으로 둔다면, 최악은 인간적인 비하를 하는 고객이다. 그들은 왜 상담사에게 인간적인 모멸감과 수치심을 줄까. 자신의 불만을 감정적으로 말하다가, 왜 상담사의 수준을 지적하고 인격적인 비하발언을 남기는 것에 대한 고객들의 심리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최저임금의 수준에서 일자리를 하다보니, 내가 일을 그만 두더라도 일상 속에서 내가 일했던 직업군을 만나게 된다.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그렇다고 티나게 하지 않는다. 지나친 공손함은 오히려 불편하니까, 그 친구들은 꿈이 최저임금 직업에서 욕먹고 진상 상대하려고 사는게 아니지 않는가. 왜 그들의 삶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직업이라는 것으로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면서까지 자신의 기분을 해소하려는 것일까. 혹시 누군가에게 그렇게까지 밟혀서 그런것인지, 개인적인 컴플렉스가 있는지까지 조사해보고 싶다. 내가 기자라면 전화기를 든 여포들을 탐사취재 해보고싶다.

 

그리고 가장 최악의 악은 성희롱 하는 짐승들이다. 사실 고객 혹은 인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지만, 상담사가 되면 남성혐오가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성희롱을 하는 부류가 소수라는 것은 알더라도, 개인적인 경험이 쌓이면 '남자들은 이러나' 정도는 생각하지 않을까.

 

베테랑 상담사가 되도 감정노동에 쉽게 익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감정이란게 복서들의 복근처럼 맞을 수록 단단해지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유리턱처럼 맞을수록 약해지는 감정노동자가 많을것이다. 그래서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생겼을 텐데, 6년의 세월동안 해당 법이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기사의 말미에 담긴 것 처럼 설문조사가 필요하다. 전화기만 들면 악인이 되는 사람들, 그들이 전화기를 내린 일상의 모습은 평범할 것이다. 모든 악이 원래 평범함을 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