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짧은 감상 무기여 잘 있거라 어니스트 해밍웨이

p5kk1492 2024. 6. 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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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해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읽었다. 1차대전을 참전한 주인공 프레데릭 헨리, 사실 해설을 보고서야 주인공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그가 전장에서 겪는 과정에서 전우들과의 우정, 캐서린 바클리와의 사랑, 그를 존중하는 여러 주변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재밌게 보았다. 마지막의 사랑하는 캐서린과 그의 아이가 죽음으로서 끝나는 담담한 결말이 이 책이 갖는 허무주의를 잘 끝맺음 하지 않았나 싶다.

 

해밍웨이의 소설은 쉽다. 내가 수준이 낮아서 그렇지, 해밍웨이를 소설가들이 참고하는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쓰여진 문체인 점이다. 내 문해력에서도 그가 얼마나 쉽게 쓰기 위해 노력했는지 보인다. 기자출신이라 기사쓰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간결하게 길게 늘어지는 문장은 배제하고, 짧고 간결한 문장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그의 간결한 문체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에 있어 편하다. 그의 문체가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를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아마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독자들도 무기여 잘 있거라는 쉽게 읽힐 것으로 보인다. 쉽게 쓰는 글이 창작의 난이도는 더 높다. 해밍웨이는 수십번 퇴고를 거쳐서 소설을 완성하기로 유명하다. 

 

소설속 주인공은 여러 전우들이 전장에서 삶을 견디는 방식을 대화와 관찰, 생각을 통해 묵묵히 함께 한다. 그 과정에서 캐서린과 사랑을 나누게 되었고, 그는 사랑을 통해 전장에서의 삶을 견디고, 또 정리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가 캐서린과 사랑의 도피를 통해 전장에서 탈출했고, 불명예스러울 수 있지만, 캐서린 없이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한다.

 

사실 그전까지는 캐서린에 대한 사랑이 작지는 않지만, 존재의의까지 가진 않아보였다. 캐서린과의 사랑 이후, 전장에서 그녀를 떠올리는 그의 모습은 여느 남성에게서 보이는 모습이다. 허나 탈영을 하고 극적인 재회 이후에는, 정말 캐서린 말고는 삶의 의의가 없는 한 인간이 되었다. 캐서린 없이는 어떤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는 그의 말에서, 그동안 담담한 그의 캐릭터에 변화가 보였다.

 

결말을 보기전 까지는 조금 밋밋하 느낌이었다. 캐서린이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주인공의 불안감이 소설 종반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그는 캐서린이 혹여나 죽을까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고 말았으나, 그에게서 큰 동요는 느끼지 못했다. 왜 의사가 내 앞에서 아이가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을지, 단순한 궁금증 정도만 묘사되었다.

 

소설의 끝은 캐서린이 제왕절개 이후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부터다. 주인공은 캐서린의 죽음에 대해 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캐서린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감정에 휩쌓여서 보이는 심리묘사가 빠른 호흡으로 전개된다. 결국 그녀는 숨을 거두었고, 마지막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다시 주인공은 무채색의 인간과 같은 느낌이 드는 구절과 함께 소설이 끝난다.

 

전쟁을 겪는 청년들과 그 주변인물들에 대해 묘사하는 소설의 끝이 해피엔딩이긴 어렵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소설은 결말이 비극적이다. 전쟁의 참상을 다루진 않아도, 전장에서 살아돌아오는 삶을 견디는 젊은 세대가 겪는 극적이고, 허무한 결말이 소설로 잘 묘사되고 있다. 결국 전장을 떠난 주인공에게는 명예도, 사랑도 남지 않았다. 주인공의 상황이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의 심정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