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우메자와 리카가 은행 직원의 신분으로 1억원을 횡령한 사건을 전하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횡령을 저지르게 된 이야기와 함께, 서로 다른 상황의 인물들의 이야기도 서브격으로 전개가 된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드라마와 된 것으로 보아 유명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감상하기 앞서 어떤 소설인지 궁금했다.
리카를 비롯해서 작품속 인물들은 돈으로 인해 삶이 불행하다. 사실 소설을 다 읽고 해설을 보면서 참고했다. 확실히 모든 인물들이 돈에 대해 뒤틀린 정서를 가지고 있다. 리카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일단 서브격 인물들을 보면, 돈에 대해 너무 절약하거나 사치를 부린다. 유코라는 인물은 돈으로 인해 안좋은 영향을 받을까봐 지나치게 근검절약에 집착한다. 야마다 부부의 경우 아내인 마키코가 지나친 사치와 낭비벽으로 남편 가즈키가 괴로워서 이혼까지 선언할 지경이다. 마키코는 과거의 부유한 시절의 누렸던 기분을 가정이 박살날 정도로 누리고자 한다.
리카는 조금 다르다.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그녀가 원한 것이 돈이었는지, 돈이 많아 보이려고 했던 것인지 모를 정도까지 이야기가 재밌게 전개된다. 사실 그녀가 부정한 행동까지 저지르면서 돈에 집착하게 된 것은 작은 구멍이었다. 마음 속의 작은 구멍이 난 그녀, 나는 소원했던 부부관계가 그 원인이라고 본다. 소박한 리카에게 무심하고 약간은 눈치없는 마사후미가 구멍을 뚫었다. 큰 잘못이 아니다. 사실 리카가 남편에게 당신의 태도가 이래서 서운하다 라고 말했다면, 달랐을 수 있다.
여자의 입장에서, 아내로서 남편이 자신에게 좀더 다정하길 바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 마사후미의 숙제였다. 가벼운 소일거리 느낌으로 은행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길 권한것도 남편이다. 그런 아내에 대해 자신이 더 우월함을 느낄 법한 말들을 할 필요는 없었다. 리카의 마음에 구멍을 커지게 만든 것은 남편의 무심함이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전적으로 리카가 맞다. 소설 중간에도 리카가 만약에 라고 수차례 가정하는 장면과 부질없음을 깨닫는 심리적 묘사를 통해 리카또한 자신에게 뚫린 구멍의 크기를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음에 구멍이 뚫린 그녀를 채워주는 것은 어리고 순진한 고타였다. 처음에는 순진하게 다가와, 먼저 돈을 요구하진 않았지만 리카가 돈을 마련하게 만들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고타는 리카에게 공사를 쳤다. 그래놓고 자신은 한번도 먼저 요구한적 없다는 말을 한다. 마음에 구멍을 채워주는 남자가 생긴 리카는, 고타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 원래 부유한 사람인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다. 비용은 은행에서 예금증서 등을 위조해서 마련한다.
마음에 뚫린 구멍은 누군가 채워주더라도 채워지지 않는다. 리카는 끊임없이 횡령하고, 돈에 대한 감각을 잊어간다. 고타에 대한 감정도 사실 사랑인지 그냥 공허한 감정을 채우는 대상인지도 모른다. 고타가 대학을 그만둔지도, 가족에 대한 근황도 모른다. 그렇게 둘은 고요해 보이는 물 아래에서 열심히 허우적 거리는 거위같은 리카의 부정으로 유지된다. 그런 리카에게 고타는 다른 여자친구와 만남을 들킨 이후 관계를 정리한다. 리카는 무엇을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쏟아부어 부정한 관계를 유지했을까.
소설의 처음과 끝은 리카가 태국으로 도피한 상황을 그리고 있고, 마무리되는 장면을 그린다. 씁쓸하지도 않고, 그냥 담담하게 느껴진다. 리카는 단지 사소한 감정, 서운함을 솔직하게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소설의 주제야 돈으로 얼룩진 불행한 서사지만, 그 시작은 참 어처구니가 없긴 하다. 말한마디와 눈치없는 태도, 그런 것들이 견고한 댐에 작은 구멍처럼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소설이야 원래 현실을 좀더 극적으로 보여주지만, 사실 현실이 소설보다 무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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